엄마도 안 하는 주식을 자식이 한다.
나는 나름의 재능이 있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지 않은 재능이다.
원래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결혼 전에는 나도 전해 들은 지인의 남편 연봉 이야기에 “아이고~ 배야” 하면서도 접시는 끝까지 비운 적이 있다.
질투도 있고, 식욕도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작년까지 같이 근무하던 지인이 주식으로 100억 넘게 벌고 명예퇴직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남편 사무실 누가 70억을 벌고 퇴사했다는 말을 들어도 아무 느낌이 없다.
그래서 요즘 같은 주식 빨간 봉의 시대에도, 금값이 치솟는 시절에도 나는 그냥 그대로다.
부자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대신 집에 금과 옥장판 같은 父子는 있다.
어제 아들놈이 말한다.
“엄마, 나 주식하고 있어.”
예비 초5가?
엔트리에 누가 주식 게임을 만들어 놨다더니
잠시 뒤 “파산~” 하고는 학원 가방을 메고 나간다.
그래.
뭐라도 해봐라.
그래도 이 어미보다는 낫겠다 싶다.
나는 초연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무감한 엄마다.
사랑 드라마는 잘 못 보고범인 찾는 스릴러만 골라 본다.
감정선보다 구조가 편하다.
밖에서 일하고 들어온 안사람에게
“오빠, 그 선생님 대박 나서 명퇴했대.”라고 말했더니,
“대단하네.
100억을 벌려면 시드머니보다 정신줄 관리가 더 중요하지.”
그러고는 “저녁 뭐야? 뭐 시켜 먹을까?”라고 묻는다.
밖에서 일하느라 힘든 안사람은 오늘은 밥을 할 생각이 없나 보다.
방학의 가장 고마운 분이 ♡배. 민♡이라고 말한
그 아들의 아비답다.
커뮤니티 글을 넘기다 보니
‘주식 없는데 여행 가도 되나요’라는 글이 보인다.
아,
그래서 내가 올겨울엔 여행 계획이 없는 건가 싶어진다.
지방에 사는
평범한 40대는
내일을 잘 모르고
오늘을 그냥 산다.
그럭저럭,
이상하게도
그걸로 충분한 날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