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스터링 된 홍콩은 지나치게 선명하다.
그 시절의 공기와 습도, 특유의 자유로운 소란스러움이 화면 밖으로 흘러넘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선명함은 현재와 영화 사이의 거리가 더 분명하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양조위에 빠져서 보았다면,
이번에는 페이가 보였다.
이십 대 후반의 내가 떠올랐다.
홍콩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페이를 흉내 내며 친구와 웃고 있던 나.
그때의 나는 유통기한 없는 청춘을 살고 있다고 믿었다.
깊게 사귄 남자도 없고, 애타게 그리운 남자도 없는데 영화가 끝나고 먹먹하다.
슬프면 눈물이라도 흘릴 텐데, 가슴 어딘가 체한 것 같다.
이 먹먹함은 곁을 떠난 누군가 때문이 아니라,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그때의 나’를 향한 것이다.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아무 걱정 없이, 다가올 내일이 설레서 웃고 있던 나.
오늘, 나는
잃어버린 누군가가 아니라
잃어버린 나의 계절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