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년퇴직이 목표다.
생각보다 소박한 목표라 가끔은 나 스스로도 놀랍다.
부자가 되기는 글러먹었다.
승진도 아니다.
2003년 3월 2일,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알았다.
아, 저건 내가 갈 자리는 아니구나.
길게 고민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깨달음은 대체로 퇴근길에 온다.
승진이 교직의 종착역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끝이 꼭 번듯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나는 생긴 것과 다르게 번듯함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다.
공부를 꽤 잘했던 기억이 있다.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은 늘 자기 포장력이 강하니까.
그 시절 부모님은 교사를 권했다. 안정적이고, 무난하고, 설명하기 쉬운 직업이라고.
원망은 없다.
그건 염려였고 사랑이었고, 무엇보다 결정은 내가 했으며 책임 또한 내 몫이다.
사주에 관이 많다던데, 그래서인지 나는 학교에 다니는 일이 즐거운 편이다.
출근이라기보다는 등교에 가깝다.
아이들은 해마다 바뀌는 시스템도 나랑 잘 맞는 조합이다.
모범생들도 물론 사랑한다.
다만 별을 달고 오는 아이들에게는 괜히 눈이 한 번 더 간다.
(자기 오빠와 결혼한 걸 신기해하는 ) 시누이는 물었다.
“교실에서 특이한 애들 좋아해?”
나는 웃고 넘겼다.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생각했다.
특이하지 않은 아이들이 과연 있나.
흥미도 맞고 적성도 맞아 천운으로 직업을 잘 선택한 것 같지만, 솔직히 말하면 다른 일을 했어도 나는 또 나름대로 잘 살았을 것 같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어디에 두어도 적당히 적응하는 사람.
정년퇴직은 목표지만 끝은 아니다.
그 이후의 삶도 천천히 준비할 생각이다.
계획은 아직 없지만 말은 이렇게 해두는 편이 있어 보이니까.
그래서 미리 정해두었다.
내가 남기고 싶은 정년퇴직의 한 문장은 이것이다.
저는 영원한 현역이었습니다.
정년퇴직을 꿈꾸지만, 2n연차 외치는 퇴임인사다.
2월, 아직도 인사발령이 나지 않은 대충 태평한 도시의 모서리 교사의 끄적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