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미용 시술 후기”가 아니라 존엄을 걸고 다녀온 한 인간의 이야기이다.
피부가 좋은 편이었다.
아니, 겸손을 걷어낸다면 좋았다.
나이가 들자 목에 쥐젖이 하나, 둘 생겼다.
이름도 어딘지 모르게 외설스럽고, 또 슬프다.
쥐의 젖이라니.
범위가 넓어지는 걸 보며 결국 지지기로 결심했다.
전화 예약을 하려니 날짜가 없단다.
역시 우리 동네 어르신들의 지우개 병원답다.
갑자기 취소자가 생겼다며
“3시까지 오세요.”
올 수 있냐는 질문은 없다. 명령이다.
시계는 2시 45분.
세상에서 화장 지우러 가는 시간과 현관문 열고 나가는 게 제일 어려운 방학인데.
그럼에도 지우개 신께서 오라는데.
전력질주로 도착했다.
어르신들의 성지답게 대기실에 들어서자 아무 시술도 안 했는데 내가 갑자기 젊어지는 효과가 생긴다.
평균 연령 65세로 추정되는 공간.
실장과 상담하는 소리를 귀동냥하자니 보톡스, 필러, 잡티, 레이저…
내 차례가 되어
“목에 쥐젖이요.”라고 말하자, 어르신들의 눈빛이 고작?
그래서 나도 모르게 계획에 없던 말을 내뱉는다.
“얼굴은… 뭐 할까요?”
그리하여 쥐젖만 떼러 왔다가 얼굴 점까지 빼게 된 나는 마취 크림을 바르고 같이 사는 두 놈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엄마) 병원이야. 한 시간 동안 전화 못 받아도 찾지 마.
역시 쌉T 놈들 답게
“ㅇㅇ”
아주 경제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나의 통증 기준은 산통이다.
몇 해 전 가벼운 수술을 받고 마취가 풀리기 전, 간호사님이 물었다.
출산하셨어요?
네.
자연분만이요?
네.
그럼 그 고통이 10이라면
이건 5 정도예요.
무통 버튼은 30분 간격이고요.
물론 나는 쉴 새 없이 눌러댔다가 그런다고 나오는 게 아니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돌아와서 생각해 보면 타인 앞에서 가장 존엄을 잃었던 순간은 산통의 굴욕 의자라고 믿어왔는데.
맙소사.
쥐젖과 점 빼기가 이렇게 아플 일인가.
현대 의학의 발전은 아직 멀었다.
마취!
마취!
했잖아!!!!
불판 위 오징어가 타는 냄새와 오징어처럼 찌그러지는 내 사지 앞에서 존엄이고 나발이고 없다.
“악! 아파요!”
나의 단말마에 의사는 말한다.
“네, 아프시죠. 피부가 참 맑으시네요. 끝나면 만족하실 거예요.”
이미 반은 진행된 상태.
집에 두고 온 아들이 생각나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후처치를 받으며 생각한다.
여긴 망각의 지우개 동산인가, 지우개 병원인가.
수납 창구에서 마스크를 준다기에 말했다.
“괜찮아요. 점 뺀 여자인 줄 알겠죠.”
잠시 멈칫하더니
“아니, 너무 많아서…”
거울을 보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와… 다 조져 놓으셨구나.”
수납하던 분이 웃음을 참는다.
올 때는 그렇게 추웠는데 돌아오는 길의 찬바람은 유난히 시원하다.
아, 이래서 통증엔 냉찜질이구나.
내 얼굴을 본 아들이 말한다.
“이게 뭐야… 얼굴에 바퀴벌레 알 낳은 거야?”
(작은 것들을 지져 재생테이프 대신 연고를 바르라 해서…)
천년의 사랑을 연기하는 남편은 나를 보며 말한다.
“점순아, 회사 다녀올게.”
예뻐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세금도 잘 내고 내 일도 잘하는데.
가격도 점 개수가 아니라 얼굴 한 판, 목 한 판이다.
계란 한 판도 개수가 있는데 지우개 동산엔 그런 게 없다.
언리미티드.
레이저를 아직 안 해본 나는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를 혼자 결심한다.
한 판으로 탐나는 얼굴을 가진 남편을 꼬셔 가자 했더니 내 점순이 얼굴을 보고는 말한다.
“나는… 다른 데서 할게.”
흥.
결과는 만족스럽다.
딱지가 떨어지니 흉도 없고 깨끗하다.
예뻐지진 않았다.
그냥 다시,
나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