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그림자와 나
나는 나의 부모를 이해하기보다는, 그들과 화해하는 법을 배웠다.
— 단 한 번의 삶 中ㅡ
누구에게나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부모의 그림자가 아닐까.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은, 도망치려 해도 어느새 따라와 있는 그림자.
어른이 되었건만,
그 그림자는 여전히 나의 말투 속에,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 속에, 내 아이에게 흘려보내는 시선 속에 스며 있다.
나는 적당한 어른인가
엄마의 모성을 답답해하던 때가 있었다.
무조건적인 걱정, 불쑥 던지는 간섭, 그 모든 것이 나를 옥죄는 족쇄 같았다.
나는 자주 불편했고, 그 사랑의 크기를 알기에 또 자주 미안했다.
그런 내가, 지금 아들에게 무엇을 건네고 있는가.
밤마다 잊지 않고 껴안고, 숙제를 다 했는지 물으며 어느 때는 짧고, 어느 때는 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리고 문득, 그 모습이 오래전 나의 엄마를 닮아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나는 지금, 나의 아들에게 적당한가.
사랑을 주면서도 숨통을 틔워주고 있는가.
기대와 실망 사이에서 아이를 사람답게 보고 있는가.
이 질문은 언제나 내 마음 어귀에서 걸린 채 살아 있다. 마냥 어리기만 했던 때보다 학년이 올라갈 수록 더욱.
교사로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아이를 하루 종일 마주하면서, 나는 유연한 시선으로 살고 있는가.
혼내지 않아도 될 말을 혼내지는 않았는가.
위로보다 교훈을 먼저 건네지는 않았는가.
때로는 말보다 눈빛 하나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잊은 채 살지는 않았는가.
교사로 20년이 넘게, 엄마로 10년이 넘도록, 이런 질문들 앞에 항상 멈칫한다.
김영하는 부모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이해하려 애쓰는 중이다.
사랑하는 나의 부모를.
그리고 부모가 된 나를.
그 답은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르나,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은 존재로 살아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