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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왜 한국인들은 안 몰려다니지 ?

왜 Korean Squad는 보이지 않았는가?

by Toki working in Paris


왜 한국애들끼리는 안 몰려다니지?

저는 유학, 교환, 직장생활 등으로 유럽과 아시아 생활을 경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은, 특히 유럽 내에서: 인도, 중국, 심지어 스페인, 독일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다니고 족보를 공유하는데, 한국인들은 왜 안 몰려다닐까?


나름대로 요약한 세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한국인끼리 몰려다니는걸 촌스럽게 여김. "현지인"그룹에 섞이는 게 성공임 (그 현지가 "아시아"라면 얘기가 좀 다름. 밑에서 다루겠습니다)

2. 상대평가 문화 → 정보 공유 손해라는 심리, "같은 국적끼리 친해지는 것 = 경쟁자를 만드는 것"이란 무의식

3. 절대적 인원수 적음, 자연스레 뭉칠 기회 적음 (미국과 프랑스 내 한국인 무리 양상이 다른 결정적 이유)


Disclaimer: 제가 모든 경우를 다 아는 건 아니고, 특히 미국은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또 제가 관찰한 건 한국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 기준입니다. 교포는 잘 모르겠어요.


교환이나 에꼴 밖에서, 한국인끼리 다니는 걸 좀 창피해하는 것 같았어요. 해외까지 왔으면 현지 친구를 사귀어야지, 한국인이랑만 다니는 건 실패다. 여러분도 조기유학을 간 옆집 아들이 한국인이랑만 놀다가 영어 하나도 못 늘고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도시전설처럼 들어보시지 않으셨나요?


그런데 해외에 나와보니, 국적은 친구 관계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더라고요. 만났을 때 제일 먼저 묻는 것도 너 어느나라에서 왔니? 이구요. 혼자 파티 가서 현지인 친구를 사귄다? 불가능에 가까울걸요. 친구를 사귀려면 일단 속한 그룹이 있어야 하고, 많은 경우 그 그룹은 같은 나라 출신입니다.


여러 나라 친구들과 20명쯤 공원에서 피크닉을 하다가도, 쿨타임 차면 삼삼오오 같은나라 친구들끼리 뭉치더라고요. 제가 이름 붙인 이른바 ~ 모국어 타임 ~ 국적 섞인 다양한 그룹도 분명 있고, 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나라 출신끼리 자연스럽게 끌리는 흐름이 있었습니다.


속상했던 건, 중국이나 인도 친구들은 뭉쳐서 혼자 가기 힘든 로드트립을 간다거나, 음식 해먹거나 하면서 친목을 다지는데, 한국인은 그런 게 적었다는 거예요.

물론, 중국이나 인도는 인원 수 자체가 많아서 상황이 다르긴 합니다. 또 유럽에 사는 중국계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유럽<->중국 커뮤니티를 오가더라고요.


여기까지만 해도, 저는 이걸 "한국인의 특성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른 소셜미디어에 이 글을 올렸을 때, 미국 한인분들께서

"미국에선 한국인들끼리 엄청나게 뭉친다"

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느꼈습니다. 제가 위에서 말한 3가지 이유는, 본질이 아니라현상이구나. 결국 이건 한국인의 특성이 아닌, 구조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인은 안 뭉친다 → ❌

한국인은 머릿수가 적은 상황에서는 안 뭉친다 → ✅


그리고 이건 한국에게만 해당되는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자기 편이 적다고 느끼면 검열을 하고, 부끄러움을 느끼고, 다수 집단에 동화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아시아에서 교환할 때, 독일·스페인 출신 친구들이 현지 친구들에 끼려고 애쓰는 걸 많이 봤거든요. 그들도 머릿수가 적으면 그렇게 되더라고요. (인도, 중국계가 수적으로 열세인 건 본적이 없어서 그럴 경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걸 반대로 강하게 느낀 건, 제가 아시아권에서 지낼 때였어요. 거기서는 한국이 엄청 쿨한 나라로 인기 많았거든요. 그래서인지..? 한국인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잘 뭉쳤어요.


결론을 어떻게 내려야할지ㅎㅎㅎ 우리나라 친구들은 개개인 매력이 충만하고 능력치도 엄청나서 개개인으로 정말 좋아할 친구들이 많았어요. 저는 에꼴에서 한국인 친구들이 정말 든든하고 도움이 되었어요.


그치만 다른 방식으로 만난 한국인 그룹에서는 조금만 더 서로 의지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속상함도 남습니다.


어쩌면, 한국인들이 유럽에 더 많이 진출하면 해결될 문제일까요?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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