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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생명 Oct 18. 2023

5-?=?

사람, 사람-2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하여 나의 좌우명은 어차피 태어난 인생 백 명의 사람보다 천 명의 사람을 알고 가자였다.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면서 제일 걱정했던 건 사람들이 병문안을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회사 직원들이 날 보러 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날 보게 된다면 그날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고 이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나는 사고 현장을 벗어나 있지만 날이면 날마다 그 현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남은 사람들은 사고가 반복될지 모를 불안과 공포 속에 늘 갇혀 지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고는 사고 당사자는 물론 목격자들에게도 큰 트라우마로 남을 수밖에 없다.


  입사하고 일 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쯤 한 언니가 프레스사고로 인하여 손목 아래를 절단해야 하는 사고를 겪는 일이 발생했고 그 후 현장 분위기는 살얼음판 그 자체였고 작은 소리 하나에도 가슴 졸이기 일쑤였다.  그런 시간을 함께 겪어 왔기에 병문안을 오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을 탓할 수는 없었다.

  

 걱정하고 염려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었고 오히려 그 사람들은 내가 그들을 보려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고 한다.

 간간히 눈물이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쭈뼛쭈뼛 괜히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도 있었다. 뭔가 말을

해야 하는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게 되는 그들은 그런 마음일 것이다.

 문안객들이 사 온 음식을 먹으면서 가라앉은 분위기는 조금씩 회복이 되었다.


 회사라는 공간에서 어쩌면 가족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하고 같은 아픔을 지니고 살아가는 운명공동체 그것이 우리들의 연결고리였다.


 회사에서는 내가 거의 막내여서 대부분 언니들이었고 그래서 난 이 회사가 참 좋았다.

좋은 사람들에겐 퍼주는 걸 좋아하는 나는 출근길이면 간식을 사다 날랐고 그 시간들이 참으로 행복하고 즐거웠다.

40대 초반에서 중반까지 내 삶을 윤택하게 해 준 좋은 사람들과 힘들었지만 그 힘듦마저도 행복으로 기억될 수 있었던 건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느껴지는 온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은 반려견, 반려묘, 반려식물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나는 감히 장담할 수 있다. 사람은 사람으로부터 위로와 공감을 받고 같은 언어로 소통할 때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여전히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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