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딸아이는 대학교 4학년 공연영상학과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는 뮤지컬과를 직접 만들었고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연극반에 가입을 하더니 대학교는 연극ㆍ연기를 전공하겠다며 고2 무렵부터 입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우리 집이 구미라 변변한 연기학원이 없어서 대구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말이죠.
집에서 역까지 거의 한 시간 남짓 거기에 기차를 타고 삼십 분가량 마지막으로 학원까지 뛰어서 5~10분 참고로 말하자면 아이가 늦어서가 아니라 학교수업을 마치고 기차시간이 여의치 않아 아이는 늘 뛰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 코스를 돌아 집에 귀가하는 시간은 밤 12시에서 한시 사이입니다.
이런 일상을 16개월가량 지속한 우리 딸아이 정말 대견하다 못해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처음 학원을 다닌다고 했을 땐 한 달이나 가면 오래 하겠지 싶었는데 한 달을 넘기고 두 달을 넘기더니 일 년을 넘기더군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평일은 평일대로 방학도 주말도 없이 정말 열심히도 쫓아다니더니 학원에서 학부모에게 공연을 보여 주더군요. 처음엔 잘 모르니까 잘하는 건지 어떤 건지도 몰랐지만 그다음 공연을 보니 조금씩 성장해 가는 걸 느낄 수가 있었죠.
춤이며 연기연습, 노래연습까지 죽어라 연습했지만 입시는 쉽지 않았고 결국 후기에 대학에 붙었습니다. 그날의 기쁨은 아니 그날의 감동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16개월이란 시간 동안 아이가 흘렸을 땀방울과 눈물, 때로는 좌절하기도 했을 아픔을 감히 짐작도 할 수 없기에 더욱더 감정이 벅차올랐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연기와 춤이 일상이라 트레이닝복이 일상복이 되고 예쁨쯤은 과감히 포기해야 하며 공연이 있을 때면 밤샘쯤은 거뜬히 이겨내야 하는 힘겨운 시간들을 열심히 꾸준하게 그리고 타고난 에너지로 밝고 희망차게 견뎌온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딸아이를 보니 눈물이 흘렀습니다. 어느샌가 무대에 선 딸아이의 표정엔 '나는 충분히 즐기고 있어'라고 쓰여 있었거든요. 딸아이가 연기를 업으로 살아가든 그렇지 않던 그것은 전혀 문제 될 게 없을 것 같아요. 아이가 저렇게 웃고 있는데 뭐가 더 필요할까요. 자식의 웃음만큼 부모에게 큰 선물은 없는데.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라는 어느 작가의 책제목처럼 부모는 그저
격려와 지지와 사랑을 전할 밖에요.
머지않아 추석에 딸아이가 내려오면 좋아하는 잡채 잔뜩 해 먹어야겠네요.
"희원아 긴 시간 동안 수고했어. 그동안의 너의 노력이 그리고 공들인 너의 시간들이 앞으로 네가 살아갈 인생에 밑거름이 될 거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현재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해. 넌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고 누려도 돼. 엄마가 많은 것을 줄 수 있다는 말을 못 하겠지만 너의 곁에 오래 함께 할 수 있도록 건강관리 잘할게. 쑥스러워 잘 못하는 말이지만 사랑하고 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