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섬 Apr 01. 2022

시절 인연은, 시절이 가르친 인연이라서

비정제 에세이




내 삶에 우연인 듯 들어와 한 시절을 함께하고

자연스레 떠나가는 인연이 있다.

시절 인연이라 하더라.

우연인 듯 아닌 듯 찾아와 삶에 영향을 미치고 사라진다.

때가 되면 멀어지는 인연이다.


되짚어보면,

시절 인연이 아닌 사람이... 있었나...? 싶다만...


오늘 내가 길에서 만난 사람도 내 생각에 영향을 미쳤고

때때로 함께하고 있는, 가까운 듯 먼 사람도 그렇고...


아마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갈 때

그 인연을 시절 인연이라 하여 부각시키는 것 같더라.

시절 인연은,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기에

고마울 수도, 슬플 수도, 아플 수도 있다.

그런 일을 하는 인연이기에.


내 삶에 찾아와 제 역할을 다하고 나면

곁에서 머물지 않고 자연스레 멀어진다.

그래서 한 시절만을 함께한다고 하는 모양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정신 세계에 이상 징후가 생길지도 모르겠으나,

만약 배우자나 연인이 시절 인연이라면...

그 관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비가 내리는 시간도 괜찮았다. 빗소리와 비 내음과, 갓 끓인 뜨거운 커피와 음악이 있었다.



나는 늘 뜨거운 커피를 내렸다.

음악은 언제나 좋은 친구였다.


기억해내고 싶은 때가 있다.


나는 그 때의,

내가 머물던 공간의 부드러운 점도, 햇살의 명도와,

공기 내음과, 공간에 흐르고 있던 음악과

내가 눈에 담았던 모든 것들을,


그것들을 기억해내곤 한다.

그 모든 것들의 공감각으로, 그 순간을 재현해낸다.


그러면 그 순간에 느꼈던 나의 감정들을,

다시 기억해낼 수 있다.




음악으로 그 순간을 기억해낼 수 있다. 그리고 음악은 늘 좋은 친구였다.





어디에서든 어디에 있는, 늘 음악과 함께였다.



그 공간에는 눈부신 햇살이 있었다.

햇살만큼이나 수줍은 노래도 있었다.

좋은 풀향이 있었고, 발그레한 미소가 있었다.

목소리가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을 기억한다.




우산 밖의,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 봐.


우산 안에서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걷고 또 걷고.



마음이 머물고 싶어 하는 곳은,

마음이 머물 수 없는 곳이었기에


마음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늘 바람처럼,

세월을 따라 이곳저곳을 흘러다녔다.




음악과 함께, 과거를 살고 있던 사람.





떠나고


걷고


커피와 음악이 있으면 좋았고


그리워할 수 있어 좋았다.




그 인연은 나에게 어떤 인연이었을까,

때때로 생각을 해보곤 한다.


알고 있음에도,

때때로 생각을 해보곤 한다.


그냥, 그게 좋아서.




#한섬시집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나의 봄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