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하는 하루하루
결혼 준비하면서 성격 다 버렸다는 사람이 있을까.
그게 바로 나였다.
관심 있는 분야가 워낙 많고, 이것저것 찔러보기 좋아하는 성격 탓에 항상 할게 많은 사람이 나인데, 이놈의 결혼 준비하느라 다른 건 시도해볼 새도 없이 매일이 바쁜 거다.
일, 친구들과의 약속, 독서, 언어 공부, 문화생활, 그리고 다음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하기에도 바쁜데 어째서 결혼 준비를 나 혼자 하게 된 거지?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버렸다.
결혼하자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인 그는 정작 교육받으러 들어가 버려서 하루 3-4시간 취침을 6개월간 반복하는 생활을 하게 됐다. 그러니 잠잘 시간도 부족한 채로 공부하느라 바쁘고, 결혼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버티다가 하게 된 나는 정작 매일이 결혼 준비라니... 아무리 인생이 모순이라지만, 왜 이런 모순이 내게 온 건지 싶었다. 억울하다고나 할까..?
결혼은 신랑 신부가 행복한 결혼식날 손잡고 서로의 앞으로를 약속하는 그 아름다운 모습이 전부가 아니었다. 백조가 호수의 수면 아래서 필사적으로 발길질을 하듯, 한 번의 결혼식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결혼 준비과정은 백조의 바쁘고 처절한 모습과 비슷했다.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고 준비하기에 수월한 지역에 있는 내가 도맡아 할 수밖에 없는 건 알겠지만서도 알차고 뿌듯하게 보내고 싶었던 내 20대의 마지막 해였다.
결혼을 준비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함께 하는 결혼이어도 둘 중 누군가에게 더 많은 일이 갈 수밖에 없는 게 결혼이다. 일을 병행하는 사람들에게 결혼 준비는 생각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기도 하다.
결혼식은 신랑, 신부가 동시 주인공이 아닌 신부 단독 주연의 영화처럼 신부에게 과도하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드메, 예비 신부 관리, 웨딩촬영 등등 모두들 “신부님”을 외친다. 드레스도 골라야 하고, 촬영도 해야 하고, 신혼여행 준비에 신혼집 꾸미기까지 할 일들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둘이 해도 힘든 이 일들을 혼자 하려니 과부하였다.
끝없는 의사결정의 연속에다가 결과물이 어떻든 상관없으면 괜찮겠지만 모든 선택이 신중함을 요했고, 내 선택에는 경제적인 부담감도 뒤따라왔다. 이러니 안 그래도 예민한 성격이 버리지 않고 배기겠는가.
게다가 비교적 여유 있는 기간 동안 결혼 준비를 한 탓에 오히려 더 오랜 시간 힘들었다. 과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듯 생전 없던 피부 트러블을 일으켰고, 아예 양볼에 여드름을 달고 사는 여드름 피부가 되어버렸다. (스트레스는 건강에 정말 해롭습니다.)
결혼 준비는 함께 해야 한다. 특히 많은 돈, 시간, 공이 들어가는 결혼 준비는 누군가가 본인이 나서서 하겠다고 하지 않는 한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인생에 단 한 번뿐인 둘만의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깝지 않은가. 앞으로 모든 일들에 있어 함께 협의하고 최선의 방향으로 조율해나가는 게 결혼생활인데 그 시작인 결혼 준비부터 어느 한 사람에게만 역할과 비중이 쏠린다면 시작부터 서로에게 앙금이 생길 수 있다.
결혼 준비를 하다 보면 간혹 어른들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어퍼컷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그걸 막아내려면 최소한 한 사람이 몰두하고 있을 때 그 옆에서 막아 줄 사람이 똑바로 정신 차리고 있어야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지만 대부분의 선택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나에게 기울어지면서 그는 결혼식이 끝난 이후에도 결혼 준비할 때 쌓인 나의 서러움으로 인해 한동안 고통받았다. 다행히(?) 한번 겪어봐서인지 무사히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생활을 즐기는 중인 우리는 ‘함께 하는 것’을 나름 잘 실천하고 있다.
둘이 하는 결혼, 함께 해야 해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