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결혼 준비의 시작 - 세 번째,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결혼 준비 과정을 겪으면서 내가 느낀 바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거였다. 원래 욕심이 없는 편은 아닌지라 뭔가 부족하다 생각이 들면 되도록 그 부족함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했는데 그런 성향이 결혼 준비 과정에서도 명백히 드러났다. 아니 사실 드러나다 못해 욕심이 과해지는 형태로 변모했다.
분명 나는 ‘유쾌하고 행복한 결혼식’을 제외하고 결혼의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욕심과 로망이 모두 없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스드메, 신혼여행, 집 꾸미기 같은 것들 말이다. 그냥 될 대로 되겠지라는 마음이었는데 알고 보니 내 머릿속 나와 현실 속 내가 보인 행보는 거의 다른 사람 수준이었다.
처음 가본 웨딩 박람회에서 상담을 했던 신뢰감 있는 웨딩플래너님, 그녀의 모습에 반해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샵 소위 말하는 스드메 패키지를 큰 고민 없이 덜컥 계약했다. 그런데 막상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하니 모든 것에 욕심이 나서 결국 웨딩플래너 업체를 바꾸기에 이르렀다.
이뿐만이 아니다. 집 꾸미기도 마찬가지. 딱 필요한 것만 하자 싶어 필수적인 도배와 조명 시공만 하자 했는데 하다 보니 욕심이 나서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은 몇 가지 시공을 더 했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예산 초과가 발생했고, 여러모로 갈등이 생겨났다. 이에 더해 가전, 가구에도 욕심을 냈다. 결혼 준비를 거의 혼자 해야 했기에 대부분의 결정도 내가 내렸고 따라서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하는데, 괜한 후회와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질투심 같은 못난 감정들이 내 속에서 차올랐다. 점점 더 못나지는 것 같은 모습에 하루는 가만히 앉아 생각했다.
왜 이렇게 욕심이 커지는 걸까?
왜 내가 내린 결정들이 후회되고 마음에 들지 않는걸까?
장시간 생각을 하면서 깨달은 바는 많았다. 첫째, 결혼 준비에 관련된 예산, 방향에 대해 서로 간에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 결혼을 하기로 결정하고 결혼 준비를 시작할 때, 우리는 그저 지인 찬스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가전, 가구 하는 데는 얼마가 든다더라. 스드메는 얼마가 평균이고 얼마는 그 이상이라더라와 같은 각 개인에 따라 너무나도 다를 수 있는, 일반적이라고 표현하기에도 어려운 기준을 가지고 예산을 짰다. 우리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금액을 사용할지, 그에 맞는 예산은 얼마 정도가 될 수 있을지, 어느 부분에 추가되는 금액이 생길 수 있을지,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결혼은 어떤 거니까 어떤 방향으로 해나 갈지에 대한 상의를 안 했던 거다. 그냥 쿨하게 했어!라고 말하기에는 분명 우리는 어리석었다. 냉정하게 말해 생각도 준비도 미흡했던 거다.
한 마디로 선택과 집중에 실패했다. 결혼 준비가 거의 끝나갈 즈음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았던 재테크 초보를 위한 책을 읽고 제대로 깨달았다. 책에는 신혼부부들을 위한 재테크 관련 내용도 있었는데 읽다가 깜짝 놀랐다. 책에서 내가 후회하는 부분을 정확히 읊어주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기준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감정에 휘둘려 지출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 뻔했다. 남편과 나는 오랜 대화 끝에, 당초 세웠던 예산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우리가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분야에 비용과 에너지를 집중하기로 했다. - 책 '갓 결혼한 여자의 재테크'
스스로의 기준을 세우고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크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준비 전 상대방과의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
둘째, 나의 모든 시야가 밖을 향해 있었다. 왜 욕심은 커지고 결정은 후회가 될까에 대한 두 번째 답은 나의 마음의 문제였다. 나만의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친구는 어떻게 했는데.. 회사 선배는 어떻게 했다는데 라는 생각들은 나의 시야가 바깥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왜 다른 사람이 어떻게 했는지가 나에게 중요한 일이지? 나는 나의 결혼식을 하면 되는 건데, 친구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한다고 해서 비슷하게 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지 않은가.
아쉽게도 나는 이런 이유들을 결혼 준비 중반이 넘어간 후에 깨달았다. 이미 큰돈을 써야 할 것들은 거의 지나간 다음에 깨달은 것. 결혼 준비 초반에만 알았어도 좋았을 텐데.. 싶지만 그런 경험을 해봤기에 지금 이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 준비하는 내내 무언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 일들을 빨리 처리해야 해, 난 지금 바빠라는 핑계로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 준비가 끝나가던 그제야 스스로를 생각해줄 여유가 생겼었나 보다.
그렇기에 이제는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해 줄 수 있는 한 마디가 생겼다. 누가 나에게 결혼 준비에 대한 팁을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결혼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상대방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요. 우리만의 기준을 세우고 다른 것에 흔들리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