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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여노 Mar 01. 2020

결혼 준비하면서 싸우지 않는 게 가능한가요?

간섭은 사양합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저희는 한 번도 싸우지 않았어요.”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낸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찬양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매우 성숙한 사람들이거나 누구 한 명은 꾹 참고 내뱉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라 생각한다. 혹은 매우 짧은 기간 내에 결혼 준비를 해 싸울 겨를조차 없었거나.



적어도 나는 싸우지 않는 게 불가능했다. 고려할 사항이 적어도 백개쯤 되는 것 같은데 그 모든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하나하나 처리해나가는 것만 해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과정이 결혼 준비다. 게다가 선택은 또 왜 이리 많은지, 한 가지 선택이 끝나면 그다음이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결혼은 둘만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몸소 체험했다. 우리는 특히 이 과정에서 여러 번 다툼이 생겼다. 양가의 방식이 달라서, 내 생각과 어른들의 생각이 달라서 말이다.


날이 선 말들이 오가면서 서로에게 생채기를 냈다. 특히나 성격이 불같고 그에 비해 말투가 직설적인 나는 그 과정에서 그에게 조금 더 크게 상처를 준 것 같다. 그리고 생리 전 증후군이 감정 기복 및 우울감의 형태로 찾아오는 사람이기에 특히나 그 기간에 결혼 준비 일이 겹치면 더욱 격하게 그를 몰아붙였다. 어느 날은 그게 후회스러워 엄마에게 상담을 했는데 엄마가 해준 말이 잊히질 않는다.


“부부는 혈연관계가 아니잖아, 결국 상처가 되는 건 행동보다도 말이거든. 하나씩 서로 생채기를 내다보면 부부관계에서는 그 생채기가 지워지지를 않아. 그러니까 되도록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 안 돼.”


부부는 결국 남이다. 남이었던 서로가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과정, 남이기에 다르고 더더욱 조율하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피를 나눈 가족도 몇십 년을 봐왔지만 서로가 이해하기 어려워 헤매는데, 아무렴 평생 남이었던 우리는 더하겠지.


기억할 것!

지금보다 더 행복하려고 결혼하는 거니까,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고 현명하게 해 나가기.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께 말하고 싶다.

결혼 준비는 쉽지 않습니다. 수없이 다투게 될지도 몰라요. 하지만 되도록 상처가 될 말들은 부디 삼가 주세요.

당신의 행복한 현재보다 조금 더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결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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