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결심해 겨울 바다를 보러가는 중이다.

눈이나 와라!

by 정혜원

어제 첫눈이 내렸다고 한다. 내 눈으로 보지는 않았으나, 이미 21년의 첫눈이 내렸다고 한다. 겨울이 온것이다. 여러분은 겨울이 오면 어떤 풍경이 가장 그리운가. 나는 바다가 그립다. 그래서 오늘 바다를 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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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의 장점은 이렇게 충동적으로 떠나 5일이나 머무는 스케줄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목금토일월 있을테다. 혼자 간다. 매일 산책이나 하게 호텔앞에 산책로가 있었으면 좋겠다) 스물 아홉이 이제 한달 반 정도 남았는데 나는 삶이 너무 무겁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이미 대충 겪어본 감정들을 다시 한번 또 겪을 것이 두렵고 그 안에서 허우적거릴 내가 지겹다. 초연하고 여유있는 예술가이고 싶었으나, 나는 늘 애타하고 간절하며 내 눈 앞에 기회가 떨어지지 않으면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좌절하곤 하는데 이 기분에 도통 익숙해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번엔 기대가 올라오기 전에 마음을 비우러 간다. 쓰고 보니 너무 어렵게 썼다. 그냥 미팅마다 너무 간절해보이는 내가 부담스러울까봐 마음을 좀 비우고 오고 싶다는 말이다. 바다는 마음을 비우기에 참 좋은 풍경이다. 파도는 내 욕심처럼 땅을 다 덮을 듯 밀려오다가도 결국 제 자리로 돌아간다. 나는 이 풍경을 사랑한다.


욕심많은 이십대였다. 이루고 싶은 것이 많았고, 성공하고 싶었고, 작품으로 인정받는 어른이 되고 싶었고, 다작하는 감독이고 싶었고, 이 중에 몇개의 욕심이나 내 자리가 되었고 몇개의 욕심은 제 자리로 돌아가려 하는가.


물끄러미 바라보러 간다. 카메라나 챙길 예정이고 노트북은 두고 가고 싶었으나 또 설마 글을 쓰고 싶어질지 모르니까 들고 가려 한다. 아이패드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신기하고 부럽지만 나는 못하니까.


눈이나 실컷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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