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나온다. 세번째 책이다. 공 들였다.

03.AI가 던지는 질문: 우리는 AI를 타자로서 환대할 수 있는가?

by 정혜원

책이 나왔다. 나에게는 <인공지능과 공진화>라는 가제로 더 익숙한 책이다. 집필 마감을 23년인가... 24년인가 해서 사실 잊고 지내다가 반가운 얼굴을 마주친듯 기뻐졌다.

교보 문고 들어가보니 이렇게 뙇!
세상에 벌써 내 이름을 단 책이 3권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시나리오를 낳지 못해서 슬프다고 적어놓고 한 정확히 그 주 안에 이제 다시 새로운 새끼가 태어난... 근데 이제 걔도 제법 내가 아끼는... 뭐 그런 느낌이다.


글쓰는 것을 좋아한다.


논문은 23년도에 배워서 지금은 DBPIA에 내 이름을 검색하면 5개가 나온다. 내 연구 분야의 0.5% 인용수가 된 것이 내심 뿌듯하다. 예술 중에 제일 핫한 연구라는 뜻이다. <감독 지망생 한 권으로 끝내기>와 <배우 지망생 한 권으로 끝내기>는 내가 이름을 좀 너무 고민하지 않고 지은 감이 있는데, 당시에는 ‘비전공자도 현장 진입! 할 수 있어! 야 너두!’같은 마음으로 최대한 쉽게 쓴다는 것이.. 그렇게 되었다.


무려 ‘시리즈’임 당연히 3권은 <작가 지망생 한 권으로>…

둘 다 Yes 24 대중 문화 주간 베스트 한번씩 먹고 이제는 벌써 나온지 제법 되어서 조용하다. 온 것 같지 않은 봄이 어떻게든 기운을 좀 내라고 사람을 부추긴다.


박사논문 초록을 쓰고 나니,


시나리오를 좀 쉽게 쓸 방법을 또 책으로 써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가. 오랜 친구 얼굴을 보고 나니 그래도 좀 다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볼까? 동호회라도 하면 새 친구들이 생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가, 오늘은 책 소식을 듣고 퍽 기뻐서 가만히 앉아서 빨래를 갰다.


옛날에는 빨래를 개고 널고 하는 것이 너무! 완전! 아주! 쓸모없는 일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귀찮은 집안일 1, 빨래 2, 청소기 3, 재활용 or 음식물. 요즘은 깔끔한 옷을 입는 것 만큼 사람을 귀하게 보이게 하는 일이 많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Me Before You> 라는 영화다.내가 엄청 좋아함.

어느 드라마에서는 머릿결, 구두, 코트 이런걸로 귀함이 드러난다고들 하던데. 내가 살아본 짧은 생에서는 ‘신고 있는 구두가 어디거냐, 가방이 가볍냐, 코트 재질이 뭐냐’로 사람을 분류하는 세상은 썩 좋은 사람들이 많은 집단은 아니었다. 잘 마른 빨래 냄새에, 구겨짐 없는 셔츠, 약간 도톰한 옷. 취향이 있는 옷감, 혹은 브랜드. 로고가 크지 않은 정갈함.


나는 예를 들면 그런 것들은 좋아한다.


빨래에 관심이 없을때는 좋은 옷을 그냥 와장창 넣고 돌려! 자주! 해서 옷감을 자주 망가트렸다. 요즘은 약간 중요한 일정이 생기면 할머니처럼 음... 이건... 어떻게 빨아야... 잘 빨았다는 소문이 나나... 하고 습식 다리미까지 들고 서성거린다.


우리 할머니 루즈 바를때가 나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할머니가 퍼스널 컬러를 아시겠냐고. 그냥 꽃분홍 바르는 기분이지. 나가기 직전까지 거울 보는 할머니 얼굴에 신이 보여서 나는 기분이 좀 좋았었다.


요즘은 그런 생각한다.


우리 엄마는 미용실에 한달에 몇번 갈까? 아버지는? 한달에 한번 원하는 디자이너가 요즘 실력이 전만 못하다며 새로운 곳 찾아나서고, 이 컬러가 잘 받냐며 나 싫어하는 쇼핑을 같이 억지로 끌고 가고. 할때 좀 따라나설걸. (역시 자신은 없다)


인생에 기대가 있고, 소중한 것이 있고, 내일이 있다는 것만큼 귀한 게 없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겨우 서른 네살인 내가 이런 말 하니까 약간 웃기다. 참 귀하게 대했었구나. 참 고맙다. 참 미안하네. 뭐 그런 생각한다는 말이다.


옛날에 동생에게

(동생이름), “너는 살다가 진짜 큰 우울이 오면 어떡해?”했는데, 동생이. “언니, 일단 다른 사람들은 살다가 그렇게까지 큰 우울이 오지 않고, 오면 아씨, 이건 존나 예상 못했는데 그런걸 보면 예상 개 못하는 개쩌는 행운이 올지도 몰라. 삶은 그런거니까! 불행의 사이즈가 예상이 안된 것 만큼 행운도 개쩔거임! 안 그러면 그건 좀 불합리하니까!!”하고 해줬던게 기억이 났다.


쟤는 진짜... 이상한 애야... 생각했지만, 이제야 위로였던 것 같군 하는 생각을 한다. 예상 못한 행운이 있을거야. 그거만 보지 말고 나를 보고 힘을 좀 내봐. 이런거. 내동생은 INTJ다.


출판사에서 책 15권을 보내주시기로 했다.

잘 포장해서 좋은 곳에 선물해야겠다.

엄마 아빠 동생것도 꼭 빼놓고.


올해의 혜온

잘 말린 옷은 좋은 냄새가 난다.

3월은 한달 내내 참 바빴다.

좋은 냄새가 나는 잘 맞고 깨끗한 옷을 입고 다니려고 애썼다. 4월도 잘 지나가겠지

작가의 이전글20260315 박사학위초록을 다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