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루꼴라도 꽃이 피는구나!

숫자 까먹었다. 쨋든 2026년 봄이다.

by 정혜원

바빠서 정신 못차리던 찰나에 분갈이 해줬던 몬스테라는 또 새 화분을 요구하는 중이다. 우리 베란다에는 내가 우울할 때마다 살려고 화분 하나씩 사다가 모은다는 것이 지금 약간 수목원 재질이 되어서,


1) 루꼴라 2) 들장미 3) 대파 4) 양파 (먹다가 집에서 요리를 해먹을 시간이 없으니 썩어서 양파 동그라미는 버리고 풀난 데만 꺾어서 심었다. 왜 그랬는지는 기억 안난다. 그냥 저래도 사는가 궁금했다) 5) 바질 6) 이름 모르는 엄마가 준 무슨 캡슐 안에 든 복불복 식물 7) 수선화 8) 몬스테라가 크고 있다. 물 주는 순서는 아예 모르는데 그냥 약간 시간있을때 흙 만져보고 언 놈은 안에 들여놓고, 마른 놈들만 물 줬더니 8개 다 지금 거의 숲 같이 울창하다. (심지어 이게 정답이라고 한다. 어이없어)

내가 봄에 태어나서 엄마가 딸기만 보면 내 생각이 난다고 하길래 딸기를 들입다 키우는 중. 혼자 붓으로 수분도 함. 클럽 음악 틀고, 화장품 붓으로. “혼자 오셨어요?” 하면서.
약간 무럭무럭을 넘어서, 샛키들... 고맙다. 너희들의 생명력.


책이 나왔다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책을 쓸때 도움을 줬던 사람들과, 친구들. 그리고 뭐 잠수타서 혼났던 친구들. 요즘 유튜브에는 애착 유형에 대한 저게 많던데, 이제 나는 그 중에서도 좀 댓글에서 탈탈 털리는 회피형 혹은 공포회피형에 가까운 사람인 것 같았다.


브런치 중에 우울할때 수축한다는 글을 제법 보고는 사람들이 “그래서... 연락이...”라고 답장을 종종 주었다. 약간 미안했다.


너 집에서 뭐하는데 그럼?


친구 A가 회 사준다고 해서 나갔다가 생각해보니. 집에서 하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일단 아침에는 커피를 한잔 한다. 나는 모카포트 <<< 프렌치 프레스 <<<<<< 캡슐커피 <<<< 인스턴트 커피 순으로 잘 먹는다. 고소하고 기름기가 좀 있는 커피 원두를 좋아한다. 약간 탄 맛 나는 크레마. 그거 마시면서 베란다에 앉아있는다. 전생에는 아마 한량이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는데, 책을 쓴 갯수를 보면 서생이었는지도...

내 모카포트랑, 베트남에서 사온 원두 초콜렛. 이거 박스로 사올 걸 그랬다. 겁나 맛있음.

다시 몸무게가 50대 초반으로 떨어져서 약간 따뜻한 옷을 챙겨입고 이 계절에는 보통 코가 빨갛게 헐어서 죽어라 뛰든지. (알레르기 때문에 눈물 콧물 범벅이다. 길가다가 눈물을 막 흘린다. 사연은 없다) 싸이클을 탄다. 보통 그냥 운동한다. 문창과 다닐 때부터 한 십년 버릇 들인다고. 새벽 1시부터 5시까지 글 쓰거나 뭐 보던 버릇이 있어서 12시 된다고 잠이 잘 안 온다. 릴리즈 된 작품 중에 안 본 거 있으면 불안하고.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못하는건 잘 못한다고 인정하기. 지독하고 악독하게 모른다고 하기 쪽팔리다고 잠 안자고 끝까지 파고 들지 않기. (공부 얘기다. 왜 박사까지 했겠는가…)


요즘은 <미지의 서울>을 보고 있다.


내가 브런치에 썼는가 모르겠는데, 악동뮤지션의 <낙하>의 첫 구절만 들으면 난 잘 운다. 몇개 눈물 버튼이 있는데, <킬미힐미>, <선덕여왕>, <커피프린스>, <그들이 사는 세상> 이 중에 몇 개 장면은 숨소리까지 외울 수 있다. 내가 우는 장면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네가 죽으면 우리가 얼마나 슬프겠어?”라고 되묻지 않고 같이 떨어져주는 장면들이다.


아,


이건 뭐랄까. 내 오랜 우울에 질문이자 대답이었다. 유튜브에는 좋은 스승이 많지만, 내가 요즘 느끼는 것은 이런것이다. 그 어떤 지식도 단 한 번의 접촉만 못하다는 것.


가령, 어제는 서른 넷 먹고 미안한데 엄마 나 좀 자게, 아무 목소리나 좀 녹음해줘. 사랑한다든 잘 자라든. 뭐 아무거나. 근데 미안해. 나이 서른 넷 먹고 이런 부탁을 해서. 근데 좀 자고 싶어. 라는 말을 했다.


시간이 좀 지나가면 나아질 것도 같은데. 미친듯이 바쁘다가 쉴 틈이 왔을때 숙제 처럼 밀려드는 우울이 버겁다. 다른 사람들은 자식도 낳고, 결혼도 하고. 어떻게 다들 삶의 어떤 매듭들을 지어서 사는 것 같은데. 나는 겨우 7년 쓴 시나리오 엎어졌다고 이 모양이라니. 내가 다른 직업이 없는 것도 아니고. 허 참. (물론 나는 내가 이럴까봐 다른 직업을 둔 것도 맞다. 좀 창피하잖아. 실패는 누구나 하는건데. 나을힘이 좀 약하게 태어난게.)



지난주에는 강의를 하다가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물어보았다.
아이언맨 1으로 시나리오 강의하면 애들이 진짜 좋아한다. 이 양반은 ‘이기심’으로 인해서 사건을 겪는 사람이다. 남들도 ‘나’만큼 소중하다는 걸 배운 후에 ‘나’를 희생한다.

시나리오의 구성점 2를 설명하다가 얘들아, 주인공의 결함은 그들이 가진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사건이 없는 삶은 없고 그들에게는 그들의 사건이 나에게는 나의 사건이 존재한다! 단지 극복하면 희극, 극복하지 못해서 머물면(수많은 철학자는 이 머무는 상태 자체를 죽음으로 칭하지만) 비극. 아리스토텔레스는 궁극적으로 글을 쓰는 목적이 미메시스!! 가장 아름다운 삶에 대한 모방이라고 설명했어.


그러니까 선생님은 지금,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인해, 구성점 2를 맞은건데. 극복하지 못하면 비극이 되는거야! 극복하면 희극이 되겠지! 그런데 너희들의 열망도 그렇단다. 대신에 우린 열망이 다르니까 너희들과 선생님은 다른 사건을 겪기는 하겠지!” 하고 각자의 열망을 적어보면서 열망이라는건 1) 대개 아름답지 않고, 2) (이미 열망이 커진 상태니까) 충동은 때로 추악하고 3) 극중인물과 ‘나’는 달라서 작가인 ‘나의 충동’은 영화처럼 위협적이지 않아 그러니까 우리는 그 부분을 공부해야겠지! 관객들에게 설득하기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가 잠시 화장실 좀 갈게! 하고 나왔는데, (설명하다가 삘받아서 1시간이 넘어간 걸 까먹었다)


조용히 따라나와서 (참 마음이 예쁘다 나는 이 친구들 보는 화요일의 낙으로 공부한다)


”교수님, 그런데요.
다시 하면 되는거 아니에요?“


혜원아, 너 우울해서 약먹고 자는거 뻔히 아는데, 너 잔다고 하고 사라지면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할거 같냐? 친구 A도. 엄마도. 아 이번주는 정말 대답하기 어려웠다. 왜 너는 늘 우울해? 나 도 모 른 다. 서현진 배우님의 유퀴즈를 보니까. 거기서는 공지영 소설에 비유를 들어서 “너 사람이 하수구에 빠진 적 있냐? 난 있다. 의외로 따뜻하대.” 라고 하던데. 나는 그렇게 멋진 말을 떠올리지는 못했다.


단지 그냥 내가 시나리오 작법을 강의하니까. 내가 강의할때, “희극의 주인공은 얘들아 관객들이 연민과 응원을. 비극의 주인공은 경계와 공포를 품으면 성공이야!”하는데, 난 전자로 살려고 노력할뿐이다. 단지 방법으로 이제 삶은 하나니까, 시뮬레이션 게임하듯이 시나리오 쓰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열망은 외로움

시나리오로 배워보고 싶었던것은

외로움이 채워진 삶의 형태

원했던 결말은 희극

근데 실제 내가 생각하는 나의 삶: 혜안 유튜브 고양이 마리오


내가 생각하기에는 우울이

(이게 정확한 정읜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만 생각하고 싶은 상태다.

그만 생각하고 자고 싶다. 그만 하고 싶다. 그만.


그만이라는 말에는 엄청난 힘이 있어서 사실 이건 애초에 그 어떤 해결책도 (험한 말) 될 수가 없고, 사람은 일단 고통스러우니까 다 로그오프하고 일단 꺼지면 내 눈앞에서 안보이니까 세계 종결! 열망 종결! 내 충동 종결! 나 안 위험함!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 뿐인데.


예를 들면 회피형이나 혼란형들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거리감은 타조가 구덩이에 대가리 쳐박은 상태인 것이다. 그런다고 호랑이나 사자가 나 안 잡아먹는것은 아닌데. 일단 내 눈에는 사자가 안 보이는 상태. 7년 쓴 시나리오를 엎은 것보다 두려운 것은 이제 ”오늘부터 난 뭘 해야하지?“ 인데, 세계에 산재한 상실감과 다시 올 줄 모르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혼자 머묾에 대한 충동. 그만하고 싶다는 열망.


뭐 그래서 난 작년 겨울에 일단 박사 졸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학생으로 도망갈 수 있는 시간이 이제 끝났구나. 대가리를 다시 내밀고 세상으로 나가야해. 혜원아. 또 어떤 죽음과 실패가 빨래처럼 널려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학생신분)에 더 있을 수 없어. 이런 생각. 단지 엉덩이가 무거웠다. 심지어 초록 하나 썼는데 에너지를 다 쓸 줄이야...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다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몰려 올때.


대부분은 남은 사람들이 얼마나 슬퍼할지 생각하라는데 나는 그게 감각적으로 잘 와닿지 않았다. 사람이 우울해지면 마치 병에 걸린 것 처럼 내 우울이 남에게 전염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 요즘도 솔직히 좀 한다.


그럴 때 노래 낙하 듣는다.


”죄다 낭떨어지야, 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아플지도 모르지만“

말했잖아 언젠가

이런 날이 온다면

난 널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고


내가 그래도 명색이 첫째 딸인데. 나와야지.

나와서 힘을 내야지. 싶어서 오늘은 꽤나 걸었다.

코피난다. 에이.

이찬혁은 나보다 어린데 어떻게 저런 가사를 쓸 수 있었을까. 어떤 낭떨어지를 봤길래.

마음이 아프군


+ 루꼴라도 “아빠 꽃이 핀다. 나 이거 겨울에 죽으라고 저렇게 뒀는데 봄되니까 이렇게 컸어.” 하니까 아빠가 그거 꽃 피면 못 먹는다고 꽃대를 잘라야 한다고 했는데, 어차피 얘네는 먹으려고 키운 애들이 아니니까.

나에게 미메시스는 오늘부터 루꼴라 꽃이다.

다시 뭐든 하면 되지.

내 꽃말은 봄이니까.


https://youtu.be/2F5uQ20XHKk?si=32fvXQ4h0fnPHrYp

왜 발매해주지 않는가…? 오래기다리는중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