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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코 Jan 08. 2020

00. 여행을 떠나는 이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5일간의 중미 여행을 며칠 앞둔 지금, 나는 나를 휘감는 이런저런 생각과 싱숭생숭한 기분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다. 처음에는 ‘단순히 떠나자’하고 마냥 설레었던 기분에서 어느 순간부터는 ‘사고 없이 잘 다녀올 수 있을까’하는 걱정과 함께 ‘내가 왜 여행을 가는 거지’라는 여행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의미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나는 왜 여행을 떠나는 것일까?


따뜻한 내 방, 안정적인 치안, 모든 편안한 것들을 잠시 뒤로 한 채 나는 불안정한 이방의 세계로 몸을 던질 것이다. 여행을 위해 몇 달간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을 모으고 계획을 세웠다. 어떠한 대가도 없고, 물질적으로 남는 것도 없고, 누가 시킨 일도 아니지만, 나는 행했다.


왜일까?


많은 고생을 동반함에도 불구하고 여행이 주는 이 특별함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나는 이 여정을 선택한 것일까.


여행은 분명 즐겁지만, 좋은 순간만 있진 않을 것이라는 것을 난 이미 알고 있다. 황홀한 자연경관에 감탄을 할 때도 있지만, 무거운 배낭을 멘 채 무수히 많은 길을 걸을 때도 장시간 다리가 저리도록 버스에 앉아 이동을 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도, 새로운 문화를 알아감에 행복할 때도 있지만 가끔은 외로움에 눈물을 흘릴 때가 있을 것이라는 것도 다 알고 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길을 걷는 건 편하다. 하지만 뭐랄까, 눈에 익은 평탄한 곳만 다닌다면 나는 결코 새로운 것이 주는 가르침을 알지 못한 채 내가 보는 것만 바라본 채 발전 없이 무디게 살아만 가지 않을까? 문득 이런 생각을 하며 내가 왜 위험을 감수한 채 낯선 나라로의 탐험을 감행하는지 다시 한번 스스로 상기시켜 본다.


내가 이번 여행을 통해 찾고 싶은 것은 바로 내 내면의 성장이다. 타지에서의 부딪힘은 국내에서와는 또 다른 내면의 성장을 분명히 이룩할 것이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고, 그 경험을 통해 성찰하고 싶고, 그 성찰을 통해 한국에 돌아와 다시 일상을 살아갈 나를 더욱더 성숙한 어른으로 만들고 싶다. 여행을 통해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채 지친 내게 인생을 꾸려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인생이라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선물해주고 싶다.


글을 쓰는 것 또한 이런 이유에 있다.


한 번쯤 여행 에세이를 남겨보고 싶다는 가벼운 생각에서 시작한 것도 있지만, 더불어 스스로 여정을 돌아보고 곱씹고 여기저기서 들을 생각을 깊게 음미하며 스스로에게 치유를 선물하고 싶은 것이 이렇게 글쓰기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이다.


본격적인 여행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간략한 내 소개와 여행지 소개를 한다면 먼저, 나는 알바를 하며 학교를 다니는 평범한 여자 사람이자 20대 대학생이다. 남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어릴 때부터 여행을 좋아하여 그동안 아프리카, 남미, 인도, 러시아 등으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


내 여정은 멕시코, 과테말라, (단 하루의 환승이긴 하지만) 벨리즈, 또다시 멕시코 그리고 코스타리카, 파나마 순이다. 원래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까지 쭉 지날 예정이었지만 치안의 문제로 그나마 안전한 나라들만을 택했다. 물론 비교적 안전할 뿐 내가 가는 나라들도 소매치기라든지, 높은 살인율이라든지 치안과 관련된 이슈를 꽤나 무겁게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두려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무서운 마음이 드는 게 오히려 인간적이고 당연한 것일 것이다.


난 결국 무엇을 느끼고 얻어서 돌아오게 될까. 여행이 끝난 후 나는 얼마나 많이 달라져 있을까.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마지막 글을 쓰기 전까지 내 글엔 영양가 있는 이야기가 많이 실릴 수 있을까. 걱정된다.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두렵다.


그렇지만 내 안의 성장과 치유라는 작지만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내 여행을, 내 글을 이제부터 용기를 내서 세상에 전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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