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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코 Jul 23. 2020

05. 변 때문에 변을 당하는

인도/맥그로드 간즈

맥그로드 간즈에서는 등산을 할 수 있다. 바로 트리운드 트레킹인데 1박 2일로 산에 올라 산에서 캠핑을 한 뒤 하산하는 방식이다.


혼자 등산하기에는 산행길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어 나는 여행자 단톡 방을 통해 알게 된 두 명의 남자 동행들과 함께 등산을 하게 되었다.


등산은 정말 힘들었다. 어느 트레킹인들 안 힘든 건 없겠지만 말이다. 난 남자들 사이에서도 꿋꿋하게 지지 않고 뒤처지지 않고 열심히 등산을 해나갔다. 그리고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 도착한 뒤 나는 이곳 인도의 라면인 메기를 먹었다. 그러곤 동행들과 함께 멋진 산의 풍경을 배경 삼아 함께 여러 사진을 찍었다. 정상에서 함께 하루를 보내게 될 여러 외국인들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잘 텐트도 배정받고 동행들과도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그렇게 즐겁게 마무리될 줄 알았건만 문제는 밤에 발생했다.


라면이 잘못되었는지 물갈이를 하는 건지는 몰라도 갑자기 배가 아프더니 설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그냥 설사도 아니고 정말 잘못된 냄새나고 10분 간격으로 계속 물줄기처럼 솟아 나오는 그런 설사 말이다.


설상가상의 문제는 화장실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에 있었다. 텐트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화장실은 한참이나 떨어져 있었는데 밤이 되니 산 정상에는 하늘에 별만 가득할 뿐 불이 하나도 안 켜져 있어 그 어둠 속에서 화장실을 찾아서 가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결국 나는 결국 근처 산기슭 밑에 남들이 보지 못할 정도로 깊숙이 들어가 돌을 등지고 볼일을 보게 되었다. 그것도 10분에 한 번씩 몇 시간 동안 말이다. 정말 끔찍한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인도인들은 등산을 해서 기쁜지 자기들끼리 모여서 모닥불을 둘러싸고 힌디어로 신나는 발리우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상황에 즐거운 그들을 보니 괜스레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동행들은 그런 상황도 모르고 게임을 하고 놀자며 나를 부르고 있는데 참 내 속사정을 말하기도 뭐하고 정말 괴로운 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적당히 핑계를 대고 자는 척을 하다 정말 못 참겠으면 산기슭에 가고를 반복하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그렇게 밤을 보내게 되었다.


다음날 하산을 했고 나는 숙소에서도 화장실을 계속 들락날락하며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내게 되었는데 저녁쯤 되니 속이 좀 나아져 설사를 안 하게 되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변 때문에 봉변을 당했지만 트리운드 트레킹 중 보게 된 산의 절경은 참 멋졌다. 당시엔 절박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참 슬프면서도 웃긴 이야기이다. 변 덕분에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을 기억이 또 하나 내게 자리 잡게 되었다.


트리운드 산 풍경
인도 라면 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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