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그날 밤

살리는 글 11

by 라니

그날 밤을 기억합니다

걷고 또 걸었던 날

숙소로 돌아가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우리였습니다


몽마르뜨 언덕

저물어가는 석양 속에서

점점 변해가는 빛으로 덮인 파리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서있다가

앉았다가

우리는 할 말을 삼킨 채

시간에 서로를 맡겨두었습니다


어둠이 우리 사이에 스며들고 나서야

우리는 걸음을 다시 옮겼습니다

느리고

더딘 걸음이었습니다


에펠탑에 야간 조명이 켜지고

다시 멈춰 섰을 때

그대의 마음은

빛으로 물들었습니까


그대의 마음에

무엇이 남았습니까

차마

나였습니까 하고 묻지 못했던


우리의 그날 밤을

나는 오늘도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