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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꽁초

우수관으로 흘러 흘러

신호에 걸려 정차된 앞차 운전석 창문으로 늘어뜨린 한쪽 손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올라온다.
 '담배 군.‘


신호가 바뀌자 들고 있던 담배를 툭 차도에 떨어뜨리고 운전해 달려간다. 쌩~

저 담배꽁초는 굴러 굴러 차도의 우수관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강으로 바다로 흘러가겠지.






담배꽁초의 성분이 무엇일까?

바로 그 악명 높은 미세플라스틱의 엄마, 셀루로오스 아세테이트다.


강으로 바다로 흘러들어 간 담배꽁초는 500여 년이 지나도 분해될까 말까, 잘게 부서져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물고기와 미역과 조개와 소금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엄마들이 큰맘 먹고 장바구니에 담아 온 비싼 고급 생선으로, 천일염으로 맛있는 김과 생일날 보글보글 미역국으로 우리가 드실 예정이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특히 우수관 쇠창살 덮개 위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들을 볼 수 있다.

아마도 불씨를 죽이는데 그만한 장소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나라가 제공한 공공 재떨이가 되어있다.

쇠창살 사이사이에 박아 놓은 담배꽁초를 보면 담뱃불 끌 장소를 찾아온 정성에 감복해야 할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여기서 잠깐, 알고 계십니까?

우리나라 국민 일인당 일주일에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량이 신용카드 한 장이라는 사실. (세계자연기금))

미세플라스틱은 체내에 흡수된 지 한 시간이면 전신에 퍼진다고 한다.(동물실험)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범인은 담배꽁초가 제일 크다는 보도도 본 듯하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배출하는 미세플라스틱 양은 합성섬유 세탁 시 나오는 것도 엄청나다. 우리의 옷은 거의 합성 섬유다.

우수관, 하수관으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의 해악과 위험성을 알려야 하지 않을까?






그럼, 담배 천국 일본에서는 어떻게 할까?

남편이 거의 18년간 일본에서 직장을 다녔다.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사무실 밖 흡연실에서 피우는데. 혹시 재떨이가 없는 다른 곳에서 피울 때는 담배꽁초를 자신의 양복 주머니에 넣어가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내가 근무했던 중고등학교 교무실의 선생님들도 학교에서는 금연이라 피우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들에게도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일본에서는 소형 휴대용 재떨이가 있다. 흡연가들은 휴대용 재떨이를 갖고 다닌다. 재떨이가 비치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는 자신의 꽁초는 자신이 처리한다.


쓰레기도 마찬가지다.

공원에 쓰레기통이 없으면 자신의 쓰레기는 모두 집으로 들고 간다.






얼마 전 홍대 입구 청년문화공간 JU에 갈 일이 있었다.

청년들의 거리답게 활기가 넘쳤다. 도로에는 노상 점포가 즐비했다.

그러나 설레던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길거리 쓰레기와 가래침과 담배꽁초의 모습은 기함을 할 정도였다. 발 디딜 틈 없이 쌓여있는 담배꽁초들, 던져 버린 휴지 조각들, 음료수 캔 등 쓰레기와 오수와( 왜 이런 물이 흘러 질척할까?) 그 사이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수많은 남녀 청년들.


손수건을 꺼내 입을 막고 그들 사이를 헤치고 빠져나왔다. 저절로 얼굴이 굳어졌다.






나는 초등학교에서 환경 강의를 한다.

그때마다 꼭 전한다.


"학생들, 어른이 되어 담배를 피우게 되더라도 절대 하수관이나 우수관에는 담배꽁초 버리면 안 돼요. 꼭 약속이에요. 어른들에게도 꼭 전해주세요."




'네가 빚은 대로 마시리라.'
무서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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