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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다반사 Nov 28. 2019

노견(老犬) '타케'와 지내는 느림의 일상의 발견

고바야시 마나 + 가고시마 마코토 'SLOW 노견과 생활하면서'展


천천히, 천천히, 노견(老犬) '타케(タケ)'와 지내는 느림의 일상의 발견

고바야시 마나(小林マナ) + 가고시마 마코토(鹿児島睦) 'SLOW 노견과 생활하면서'展


안녕하세요. 도쿄다반사입니다. 

도쿄에서 열린 마음 따스해지는 전시회 이야기를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전세계 marimekko(마리메코) 매장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DANTON과 LAPUAN KANKURIT의 일본 플래그십 매장과 같은 다양한 매장 인테리어를 담당하고 있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있는 설계사무소ima의 고바야시 마나 씨. 


마나 씨는 동물을 너무나도 좋아해서 7년전부터 보호 동물을 맡아주는 자원봉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2012년에 처음으로 마나 씨가 있는 공간으로 찾아온 친구는 타케 라는 나이가 많은 강아지(노견 老犬). 새하얗고 커다란 남자 아이인 귀여운 강아지였어요. 타케가 살고 있던 곳은 후쿠시마였습니다. 

맞아요, 바로 동일본대지진으로 생활 공간과 가족이 자기 곁에서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그렇게 도쿄에 오게 된 타케와 마나 씨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마나 씨의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 마나 씨가 살고 있던 지역은 도쿄에서도 한 가운데인 도심이었지만 공원이 많이 있어서 자주 타케와 함께 산책을 다녔다고 해요. 


산책을 하고 있을 때에 마나 씨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걷는 페이스보다 타케 쪽이 놀라울만큼 느릿느릿 하다는 것이었어요. 

타케의 속도는 매일매일 바쁘게 살아가던 마나 씨에게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속도였습니다. 


네, 타케에게 우리 사람들의 기준, 도쿄라는 대도시의 속도감을 기준으로 산책을 시킨 것이었어요. 

그 때 마나 씨는 '강아지의 산책은 강아지를 위해 있는 것이다!'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걸음은 천천히, 그리고 잠시 멈춰서면, 그 때마다 땅의 흙냄새를 맡거나 강아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서 길 한 켠에 있는 꽃을 보거나 하는, 아무튼 천천히 그리고 또 천천히가 타케의 산책, 생활이었습니다. 

그러한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주변 풍경을 즐기면서 산책을 하는 동안에 마나 씨는 '천천히 생활하는 것의 기분 좋은 느낌'에 놀랐다고 합니다. 


"너무 빨라요. 좀 더 천천히해도 괜찮지 않아요?!"


분명 타케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을까요?

마나 씨와 지내기 시작한지 7개월이 지난 어느 날, 타케는 갑자기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됩니다. 

너무나도 빨리 찾아온 이별이었어요. 


마나 씨의 이야기에 따르면 노견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기회가 적고, 

그 대부분은 대피소나 보호센터에서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타케가 가르쳐준 것처럼 천천히 생활하는 것에 대한 행복, 

다시 말해, 노견의 느림의 일상은 지금의 도시생활자에게는 너무나도 필요한 매력적인 생활이 아닐까요?   




지난 9월 21일(토)~28일(토)에 키치죠지의 갤러리 fève에서 'SLOW 노견과 생활하면서'라는 전시가 열렸습니다. 


이 전시는 방금 읽으신 마나 씨가 집필한 타케와의 이야기에

가고시마 마코토 씨의 삽화를 추가해서 완성시킨 한 권의 책을 중심으로, 

삽화의 원화 전시와 동물애호가인 크리에이터들이 제작한 상품 판매,

그리고 보호견과 생활하고 있는 지인들의 미니 사진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전시회에게 올려진 수익 중 일부는 동물 애호 단체에 기부되었어요. 


요사이 한국에서도 가족으로서 강아지 또는 고양이와 생활하고 있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반대로 '펫샵'에서 강아지와 고양이가 상품화되어서 판매되는 일도 자주 발견할 수 있어요. 

그런 가운데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보호동물', '나이 든 강아지와 고양이'의 존재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들을 위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런 내용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된 전시회였다고 생각합니다.




※ 전시회에 대해 마나 씨에게 질문을 드려봤습니다!


1) 우선, '보호 동물을 맡는 자원 봉사'는 주로 어떤 활동을 이야기하는 것인가요? 그리고 자원 봉사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동일본대지진으로 피해 지역에 남겨지게 된 동물들을 SNS 등으로 알게 된 것이 계기였어요. 


2) 이야기의 주인공인 타케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릴께요.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이나 어떤 성격이었는지와 같은거요. 아, 마나 씨와 함께 지내고 있는 고양이 마론(マロン)씨와 사이가 좋았다는 이야기 같은 것도요. (웃음)


2012년에 동물 애호 단체의 대피소에서 산책을 시켜주는 봉사 활동을 시작했어요. 타케는 그 때 대피소에 있던 친구인데요 커다란 그리고 매우 온화하고 착한 아이였어요. 다른 어떤 강아지과 고양이들과도 친하게 지내서 이 아이라면 고양이가 있는 우리 집에서도 맡아서 함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타케가 너무나도 움직임이 없고 가만히 있는 타입이라서 고양이들도 관심이 있었는지 조금씩 다가오더니 어느샌가 옆에서 같이 자게 되었어요. 그 중에서도 마론은 타케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는지 매일 제가 집에 돌아올 때에 함께 현관으로 마중을 나와주게 되었습니다.


3) 당시 타케와 걸었던 산책길을 소개해주세요. 


맨 처음에는 저도 의욕적이라 멀리 다니는 산책을 생각하고서 당시 살고 있던 맨션 바로 근처에 있는 메이지진구(明治神宮)의 가이엔(外苑)을 걸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몇 번 산책을 다녀보니 너무 천천히 걸어서 한 바퀴 돌지도 못한채 지쳐버렸고, 더 속도가 느려지면서 가이엔을 걷는건 그만뒀습니다. 그 다음에는 15분 정도 짧게 근처를 다닌 후에 마지막으로 맨션에 인접해있는 작은 공원에서 강아지 친구들이랑 만나는 산책으로 전환했어요. 


4) 지금도 인스타그램 IMANIMAL(@imanimaltokyo)에서는 봉사 활동으로 설계사무소ima의 사무실에서 보호되고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는데요 그 밖에 프로필에 있는 mignon HP 는 어떤 사이트인가요? 


특정 비영리 활동 법인인 'Rencontrer Mignon' 은 제가 소속되어있는 동물 애호 단체에요. 현재는 '니하치'와 '이치고'라는 강아지들을 이 곳에서 만나서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보호 동물을 보호 센터(구 보건소)에서 인수해서 매달 두 번 양도회를 개최해서 새로운 가족을 찾고 있어요. 저도 월 1회는 양도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족을 찾고 있는 동물들을 볼 수 있어요. 강아지, 고양이 외에 오리, 닭, 토끼, 이구아나 등 다양한 동물들이 보호되어지고 있습니다.  


5) 자원 봉사 활동뿐 아니라 디자이너로서 동물과 생활하는데에 필요한 물건들을 디자인하고 계신데요, 그 소개도 부탁들리께요. 


LEONIMAL이라는 브랜드에서 의뢰를 주셔서 3개의 상품 개발에 관여했습니다. 

첫 번째가 고양이용 스폰지인 'FREELAUNDRY'로 옷에 붙은 강아지나 고양이 털을 제거해주는 세탁 스폰지에요.  http://ima-ima.com/product/2015_leonimal_freelaundry.html 


두 번째는 피난용 캐리인 'GRAMP'로 평소 일상에서는 방에 두고 강아지나 고양이의 침대로 사용하고 재난시에는 배낭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대피소에서는 일시적인 케이지로도 기능하는 다용도 반려동물용 캐리입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로도 어울리는 배색과 디자인으로 했어요. 일상 생활헤서 사용을 하면서 대피소에서도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장소로서 기능합니다. 

http://ima-ima.com/product/2016_leonimal_gramp.html


세 번째는 'GRAMP'보다도 가볍고 사용하기 편한 일상 생활용 반려동물 캐리인 'TENT SLING'입니다. 이것도 일상적으로 방에 두고 반려동물들의 생활 장소로 사용하고 이동할 때에는 작은 텐트 형태로도 되는 반려동물용 캐리에요. 카페와 친구 집, 병원 등에서도 마음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이동식 스페이스로 기능합니다. 

이들 세 가지 상품 모두, 사람과 반려동물이 원활한 관계를 구축하는 도구로서 판매되고 있어요. 

http://ima-ima.com/product/2019_tentsling.html


6) '나이가 든 강아지', '보호견'과 지내는 생활을 하시면서 가장 바뀐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강아지(나이 든 강아지)와 생활하면서 매우 규칙적이고 느린 생활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보호견이라는 그들 각자의 지금까지의 배경을 알 수 없는 강아지들과 접하면서 더욱더 강아지에 대해 알고 싶어졌고, 지금도 강아지에 대한 공부가 되고 있어요. 강아지 트레이닝도 배웠습니다. 물거나 짖거나하는 그런 강아지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에 놀란 사람들로부터 버려진 경우도 많다고 들었어요. 앞으로도 책 '타케'뿐 아니라 좀 더 반려동물과 바르게 생활하는 방식 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가려고 하고 있어요. 


7) 이 글을 읽으시는 한국 분들에게 '나이가 든 강아지', '보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으신 내용이 있다면 부탁드릴께요. 


보호견은 어떤 사람이라도 함께 지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름도 기억하고요 익숙한 습관을 들일수도 있어요. 그리고 함께 있는 사람에 의해 강아지들은 변합니다. 훈련하는 것으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어요. 

나이가 든 강아지들도 어떤 사람이라도 함께 지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눈도 귀도 부자유스러운 강아지들에게는 '코'가 있어요. 강아지의 코는 사람의 코보다 훨씬 우수해서 누가 다가오는지를 금새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기쁨에 겨워 필사적으로 찾으러다녀요. 그런 강아지들이 너무나도 사랑스럽습니다. 강아지를 키우는데에는 그만큼의 경제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하라고는 추천드릴 수 없지만, 만약에 강아지를 키우시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신다면 꼭 '보호견'이나 '나이가 든 강아지'라는 선택지도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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