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京] rompercicci (나카노/아라이야쿠시)
[珈琲] 아이스커피
[音楽] Tenorio Jr. / Embalo (1964, RGE)
제가 좋아하는 동네의 기준은 괜찮은 헌책방과 중고 레코드 가게와 카페와 정식집이 있는 것 입니다. 도쿄에서 생활하면서 어느 순간 습관처럼 들어버린 생각이에요. 그래서 지금도 도쿄에 가면 '그런 새로운 동네가 어디 없을까' 하고 특별한 일과가 없는 휴일에 가끔씩 전혀 가본적 없는 장소를 찾아가보고는 합니다.
일본어학교를 다닐때 지냈던 나카이(中井)라는 곳은 묘우쇼우지가와(妙正寺川)라는 작은 실개천이 흐르고 있는 특히 저녁 시간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은 곳으로 그 실개천 주변에 가게나 상점가가 펼쳐져있는 자그마한 동네에요. 그래서 항상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안으로 다닐수 있는 오치아이(落合)나 아라이야쿠시(新井薬師) 근처까지가 저에게 있어서는 ‘우리 동네’였어요.
학교가 쉬는 휴일에는 빨래할 것들을 가방에 잔뜩 넣고 동전 몇 개를 들고 노오란 세이부신주쿠센(西武新宿線) 선로를 따라 아라이야쿠시에 있는 허름한 빨래방에 가는게 휴일 산책이었습니다. 대충 40분 정도면 세탁기가 탈수까지 되기 때문에 그 시간동안 근처를 돌아다니거나 작은 공원에서 캐치볼을 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했습니다. 그 주변에 마음에 드는 카페 같은 곳이 있었다면 거기에서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고 싶었지만 10여년도 훨씬 넘은 당시에는 그런 곳을 찾아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재즈킷사(ジャズ喫茶) ‘rompercicci’ 가 아라이야쿠시(新井薬師)와 나카노(中野) 사이에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잊혀졌던 ‘도쿄의 첫 우리 동네’에 대한 기억을 다시 찾아준거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그때 찾지 못했던 나만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나준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예전 동네에서 지냈던 시절을 회상하고 싶을때면 일정이 없는 휴일에 맞춰서 rompercicci에 가고는 해요.
이 지역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아서 비교적 당시의 기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요. 학교도 공원도 실개천을 따라 늘어서있는 작은 가게들도 자주 갔던 동네 빵집도 그대로 있습니다. 한가지 다른 점이라면 세이부신주쿠센의 노란 전철을 따라가지 않고 이제는 나카노에 내려서 가는 풍경이 대신한다는 정도에요.
재즈킷사는 말 그대로 재즈를 듣기 위한 장소이기 때문에 마스터가 틀어주는 레코드를 듣는 것이 하나의 암묵적인 규칙입니다. 어떤 의미로는 평소 경험하기 어려운 좋은 오디오 시스템에 아날로그 레코드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도쿄 여행의 색다른 매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찌하다보니 ‘보사노바를 좋아하는 한국인’으로 도쿄에서 소문이 났기 때문인지 단순한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rompercicci에 가 있을 때는 마스터인 사이토 씨께서 브라질 레코드를 꼭 한 번씩은 틀어주세요. 가장 최근에는 Tenorio Jr.의 앨범이었는데 덕분에 좋아하는 음악들을 들으면서 오래 전 동네 풍경을 바라보는 윤택한 휴일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재즈킷사는 ‘아이스커피’ 라는 저 나름대로의 규칙도 있어서 항상 음료는 아이스커피로 부탁을 드립니다.
한 번은 평소처럼 커피를 마시면서 멍하니 가게 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던 때 때마침 들렸던 트럼펫 솔로가 너무 아름다웠던 발라드 곡이 늦은 휴일 오후의 동네 풍경과 잘 어울려서 약간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감상적인 시간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 순간이 가끔 생각이 납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어떤 곡인지 무척 궁금했는데 지금도 알지는 못하고 있어요. 보통 재즈킷사는 틀어주는 음반을 손님들이 볼 수 있게 진열해놓아요. 그때 저는 왜 그걸 생각해내지 못했을까요? 혹시라도 재즈킷사에 가셔서 마음에 드는 음악을 발견하시면 주저말고 어떤 앨범인지 확인해보세요!
[東京] rompercicci (나카노/아라이야쿠시)
[珈琲] 아이스커피
[音楽] Tenorio Jr. / Embalo (1964, R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