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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프리 Tokyofree Jul 24. 2023

꼭 이유가 있어야만 일본에서 일할 수 있을까?

내가 일본을 좋아하는 이유


"왜 일본에서 일하려고 하시나요?"


일본 기업 면접을 보다 보면 무조건 받게 되는 질문이다. 그만큼 나를 뽑으려는 그들 입장에서 궁금할 수밖에 없는 주제겠지. 그렇지만 준비하는 입장에서 이 질문만큼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없었다. 내게는 누가 들어도 명백하게 납득이 될 만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둥, 일본의 서브컬처에 흥미가 있다는 둥,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는 둥. 가져다 붙이기 좋은 이유들은 얼마든지 많았지만 나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이유를 묻는다면 대답하기 쉽지 않았다.


면접을 보러 다닐 당시에는 어떻게든 넘겼지만, 지금에 이르러 생각해 봐도 내가 일본에서 일하고 싶었던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어떻게 일본에서 살고자 마음을 먹었던가?


처음으로 일본에 대해 관심이 생기게 된 계기는 중학생 시절, 친구가 추천해 준 일본의 한 애니메이션이었다. 당시에 판타지 소설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그 애니메이션에 빠져들었고, 이를 계기로 일본의 다른 애니메이션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잠을 줄여가며 학업과 취미를 병행하던 나는 자연스레 일본어에 관심이 생겼고, 학교의 제2 외국어도 일본어로 고르게 되었다.


이렇게 일본에 대한 한 단면을 많이 접하다 보니 나의 관심은 자연스레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으로 넘어갔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정말로 내가 매체에서 본 그대로의 나라일까? 요즘에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가 크게 유행하면서 많은 영상을 통해 일본을 접할 수 있지만, 내가 학생일 당시에는 관련된 영상 매체라고는 가끔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일본 여행이 고작이었다. 그렇게 내 마음속에는 일본에 대한 동경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래서 대학생이 되던 해, 나는 바로 아르바이트를 구해 돈을 모아 일본 오사카로 향했다. 스무 살에 친구들과 처음으로 가본 일본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지금에야 엔저가 지속되면서 싸게 다녀올 수 있는 나라이지만 그때만 해도 엔화가 꽤나 비쌌고, 최저임금도 낮을 때여서 정말 비싸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몇 년 사이에 3번 정도 일본여행을 다녀오면서 일본에 대한 환상도 많이 깨졌지만 그에 못지않게 즐거운 추억도 쌓여갔다.





이윽고 대학교 3학년 여름. 군대도 다녀와서 이제는 슬슬 취업 걱정을 해야 할 시기였다. 그 당시 나의 최대 고민은 일본 취업을 준비할 것인지, 아니면 남들처럼 국내 취업을 준비할 것인지였다. 대학 입시도 국내, 해외가 다르듯 국내 취업 준비와 일본 취업 준비는 결이 많이 달랐기 때문에 한 가지를 결정하고 준비해야 했었다.


그래서 나는 결정에 앞서 일본에 길게 체류해 보기로 한다. 바로 23박 24일 동안 교토에서 지내보기. 비록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지만 3주가 넘는 기간 동안 일본에 지내보면서 음식은 입에 맞을지, 사람을 대하는 건 괜찮을지, 살기에 불편하지는 않은지, 무엇보다 내가 그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 알아보기 위한 결단이었다. 하지만 23박 24일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 직후에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윽고 4학년이 되고서야 일본 취업을 결심해 이것저것 해보다가 우연히 취업 기회를 잡아 재작년 마침내 일본 기업 내정을 받게 되었다.


서사는 길었지만 이중에 일본에서 일해야겠다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묻는다면 나는 여전히 글쎄올시다?라고 답할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데에도 특별한 이유가 없듯이 내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되는 데에도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학생 시절부터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내가 일본에 있다는 느낌이었다.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닐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왜 하냐고 물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답변을 내놓기 어렵듯이,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것에는 거창한 이유 같은 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거기서 어디로 나아가고 싶은지 방향성만이 남을 뿐. 그거면 되지 않을까 싶다.


사진 출처 : 나의 아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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