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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프리 Tokyofree Aug 14. 2023

외로웠던 일본에서 유일한 내 편을 찾았던 방법, OO

사진 출처 : 나의 아이폰 / 혼자 먹으러 갔던 집 근처 이치란 라멘



아직 일본에서 일을 하던 시기. 평소에는 내색하지 않던 동기 한 명이 갑자기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많이 힘들었구나,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내심 동기가 나에게 고민을 말해주지 않았던 사실에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내가 그렇게 미덥지 못했나?' 라거나 '내 생각보다 우리가 친하지 않다고 생각했나?'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혼자 속이 상해 있던 중에 그 동기와 같이 공원을 산책할 기회가 있었다. 굳이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묻지 않고 있었던 나는 참지 못하고 왜 내게 위로해 줄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것이냐고 물어보고 말았다. 그때 들었던 대답이 아직도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다들 바빠 보여서. 내 고민이 아니어도 이미 힘들어 보여서 그걸 털어놓을 용기가 안 나더라.'


한국에서 살든, 일본에서 살든 힘든 일이 일어나는 건 어디든 매한가지이다. 세상에 완벽한 천국은 없다. 다만 한국에 있을 때에 비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현저히 적어진다는 점이 해외 살이의 힘든 점 중 하나이다. 그렇게 혼자 삭히는 고민이 하나둘 늘어나다 보면 어느 날 불쑥 '외롭다'는 감정이 나를 찾아온다. 스스로 사교적이지 않은 성격이라고 생각했던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분명히 주변에 직장동료와 동기들이 있었는데도 외로웠던 것은 어째서였을까?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내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줄까 두려웠던 마음에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아무래도 일적으로 만난 사람들이다 보니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냈던 가족이나 친구와는 다른 느낌이었겠지. 내 동기가 해주었던 말이 이걸 털어놔도 될까 고민하는 내 모습과 똑같았던 것이다.


그렇게 밀려오는 고독감에 허우적대던 어느 주말 오후. 유튜브 알고리즘도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알고 있던 것일까. 나는 우연히 유튜버 이연님의 일기에 대한 영상을 접했다. 영상을 다 보고 나는 홀린 듯이 맥북을 열어 일기장 앱을 실행했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잘 써지지 않았지만 쓰다 보니 A4용지 4장은 족히 될만한 분량의 글이 내 일기장에 써져 있더라. 그 순간 평소에 느끼던 고독함이 다소 가신 것을 깨달았다.


사람은 어떨 때 외로움을 느낄까? 나는 주변에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을 때 고독해진다고 생각한다. 서로 하하 호호 웃으며 속내를 숨기며 지냈던 사회 속 관계에서 나는 내 이야기를 들어줄 청자를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거기에는 분명히 나의 미숙함도 지분을 차지하겠지만 내가 그런 사람인 것을 어쩌겠는가.


그렇지만 일기를 쓰다 보면 그걸 들어주고 있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내 이야기에 관심이 있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들어주는 사람. 그건 바로 '나 자신'이다. 일기는 자신과 대화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되어준다. 평소에는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어서 미처 나오지 못했던 '내'가 글로 정리되어 있는 일기 속에서 불쑥 나타나게 된다. 그렇게 등장한 나와 하나둘 대화를 나누다 보면 복잡했던 감정도 정리되고 해야 할 일도 분명해진다.


나의 퇴사는 몇 개월 간의 일기 속에서 결정되었다. 나는 퇴사 이후에 그 일에 대해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이미 '나'와 충분한 대화를 거쳤기 때문이다. 오늘도 세상이 당신을 힘들게 했다면, 그럼에도 주변에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그 고민을 당신 자신에게 털어놓는 것은 어떤가? 가장 친한 친구, 당신을 어렸을 적부터 봐왔던 가족보다도 더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관심을 표해줄 것이다. '당신'은 항상 당신 속에서 이야기 걸어줄 것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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