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애플의 왕국
한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본인의 대략 70% 정도가 아이폰을 사용한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의 아이폰 사랑이야 한국에서도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실제로 70%라는 통계를 눈으로 확인하니 정말로 놀랍다. 길을 걷다가 10명을 붙잡고 무슨 폰을 쓰는지 물어보면 7명은 아이폰을 쓰고 있는 꼴이다. 대체 그들은 왜 그렇게 아이폰을 사랑하는 걸까?
출처 : Mobile Operating System Market Share Japan - statcounter
작년 초 일본에 가기 전, 일본 사람들은 아이폰을 많이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기회에 아이폰을 사용해 보고자 중고거래를 통해 아이폰 xs 모델을 샀었다. 평소에 애플을 좋아하던 나는 노트북도 맥북에 태블릿도 아이패드를 사용했지만 정작 스마트폰은 항상 갤럭시였기 때문에 걱정 반 기대 반의 도전이었다.
그렇게 일본에서 1년 남짓 사용했던 아이폰의 첫 순간은 불편함이 가득했다. 뒤로 가기 버튼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UI, 홈화면에 모든 어플이 등록되어 있어 원하는 어플을 찾으려고 한없이 화면을 뒤적거리던 경험 등. 안드로이드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아이폰에 익숙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떠나올 적의 나는 아이폰을 사갔던 나의 선택에 감사함을 느꼈다. 그만큼 익숙해졌을 때의 아이폰, 특히 일본에서의 아이폰은 내게 엄청난 편리함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어떤 점들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을까?
내가 실제로 일본에 살면서 아이폰을 사용했기에 느꼈던 장점들은 아래와 같다.
- 교통카드, 신용카드, 심지어 라인페이 카드 등 전부 애플페이에 등록해서 사용 가능.
- 관공서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시 아이폰이 유리한 점이 있음.
ex) 마이넘버카드 이용 시 아이폰은 마이넘버카드 어플을 통해 카드에 아이폰을 가져다 대면 인증 및 등록이 자동으로 되지만,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회사 동기는 불가능했던 점.
여러 장점들 중에서 제일로 뽑고 싶은 점은 바로 일본의 애플페이에 대한 인프라였다. 일본에서는 현금만 받는 일부 가게를 제외하면 애플페이가 사용되지 않는 경우는 잘 없었다. 교통카드인 스이카도 애플페이에 넣고, 라인페이에서 발급받은 체크카드도 애플페이에 넣는 등 필요한 결제수단은 대부분 애플페이에 넣어서 사용이 가능했다. 이것 때문에 애플워치도 구매를 고려했을 정도로 일본에서 애플페이가 내게 주는 만족감은 대단했다. (실제로 동기 중 한 명은 참지 못하고 구매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1개월 뒤, 나는 물에 아이폰을 빠뜨리며 다시 기존에 사용하던 안드로이드로 돌아오게 되었다. 열심히 폰을 말려보았지만 물에 빠진 폰은 결국 내 곁을 떠나고야 말았다. 애초에 오래된 폰이었던지라 중고 가격이 그렇게 높지 않아 수리를 해서 사용하기에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
결국 올해 초부터 한국에 도입되던 애플페이를 사용해보지도 못한 채 안드로이드로 넘어왔는데... 오잉?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내 생각과는 달리 나는 금방 안드로이드에 익숙해졌다. 그렇다. 일본에서와는 달리 한국에서 사용하기에는 안드로이드가 더 편했던 것이다.
내가 느끼는 한국에서 안드로이드의 장점은 아래와 같다.
- 교통카드 지원함. (아이폰은 지하철, 버스 등에서 폰을 통한 요금 결제가 되지 않아 카드를 따로 챙겨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음.)
- 아직은 애플페이보다 훨씬 활용성이 뛰어난 삼성페이.
- 회사에서 배포하는 보안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접근성 용이함. (일부러 잠금을 해제하고 사용해야 하는 등의 동작이 아이폰에 비해 한 단계 적음)
- 통화 녹음 가능 (여차할 때 도움이 많이 됨)
돌이켜보면 아직 일본에 가기 직전에 '아이폰은 참 불편하구나'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사용하던 안드로이드폰에 교통카드를 등록하여 사용하고 있었는데 아이폰으로 변경한 이후 그게 불가능했던 것이다. 부득이하게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지하철을 이용하며 불평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편리함이라는 것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오는 것이기에, 이런 부분들이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을 바꾼다는 것은 '개인의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과 동의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의 삶에 스마트폰이 하는 역할이 굉장히 많다. 결제, 인증, 예약, 연락 등 굳이 SNS를 제외하더라도 수많은 기능들을 스마트폰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그만큼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것이다.
때문에 사회 전반적으로 어떤 스마트폰에 대한 인프라가 더 많이 깔려있는가에 따라 그 나라에서 사용하기 편한 스마트폰이 정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 굉장히 재밌는 경험이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나라 전체가 애플이라는 기업에 일부 기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였다. 굳이 비교하자면 일본에서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이 한국에서 아이폰을 사용하는 것보다 더 불편한 일이었다.
아마 나중에 다시 일본에 가야 할 일이 있다면 다시 아이폰을 사들고 떠날 것 같다. 짧은 여행 정도는 참을 수 있겠지만, 긴 여행을 가거나 일본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차려야 한다면 당장 아이폰을 사러 갈 것이다. 만일 일본에서 거주해야 할 일이 생겼다면, 그대여, 당장 갖고 싶은 아이폰을 찾아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