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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프리 Tokyofree Aug 28. 2023

일본 생활을 시작하지 못할 뻔한 이유, ㅇㅇㅇ


일본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취업을 알아보던 시기. 친구들은 국내 취업을 위해 이리저리 힘쓰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 취업에 대해 확신이 없던 나는 정말로 남들과 다른 길을 가도 되는지 망설이고 있었다. 누군가는 확신에 차서 고민 따위는 하지 않고 바로 일본으로 직행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날 때마다 구글에 '일본 취업 현실', '일본 취업 장단점' 같은 키워드로 마구 검색해 댔던 기억이 있다. 경험상 인터넷상의 일본 취업에 관련된 내용들은 긍정적인 글보다는 부정적인 글이 더 많았다. 비율로 따지면 1:9 정도?


평소라면 읽고 넘겼을 글들이었다. 그러나 기껏 물건 하나 사는 정도가 아니라 내 인생을 결정지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그런 글들을 보니 마음이 흔들렸다. 나는 정말로 가고 싶은데, 어차피 가봤자 못 버티고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구구절절한 경험담들을 볼 때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때 당시 부모님 중 한 분이 나의 일본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셨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그렇게 갈팡질팡 하고 있을 무렵. 일본 취업 컨설턴트님과 대화를 나누던 도중 무심코 내 마음속에 있던 고민을 꺼내고 말았다.


'선생님. 저 요즘 일본 취업에 대해 확신이 없어졌어요. 불안해서 인터넷에 관련된 내용을 찾아봐도 부정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그만두는 게 나을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선택을 남에게 맡기려는 참으로 멍청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잠자코 나의 고민을 들어주시던 컨설턴트님은 이내 이렇게 답하셨다.


'ㅇㅇ아. 일본에 취업해서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은 굳이 인터넷 세상에서 그런 글을 남기지 않아. 다들 자기 살기 바쁘지.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본인 삶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글을 쓰면서 위안을 삼는 거야.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참고하는 건 좋지만 조금 더 대상을 골랐으면 좋겠다.'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다. 나는 나의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선택 앞에서 남들이 불평으로 적어놓은 글을 보며 고민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진위여부를 판별하기도 힘든 글들이다. 게다가 남들이 그토록 원하는 대기업에 입사하고도 여긴 쓰레기라며 불평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하는 곳이 바로 인터넷 세상이다. 나에게는 불특정 다수의 이야기가 아닌 정말로 일본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자주 보고 있던 일본 취업 관련 유튜버를 찾아 오픈 카톡을 통해 연락을 넣었다. 실제로 일본에 살며 일본 취업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한국인 유튜버였다. 갑작스러운 요청이었지만 그분은 감사하게도 나의 고민에 친절하게 응해주셨다. 내가 불안함을 느끼는 부분이나 일본 취업의 장단점에 대해 여쭤보았고, 그분은 나름 중립적인 관점에서 나의 질문에 답변해 주셨다. 그 덕분에 해외 경험의 기회라는 장점과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단점 사이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을 내릴 수 있었다.


비록 지금은 한국에 다시 돌아와 있지만, 나는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선택해야 한다 해도 일본에 다녀올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만큼 밀도 있고 얻기 힘든 경험이었다. 아마 그때 용기 내어 일본에 가지 않았더라면 평생토록 내 마음속에서 응어리졌을 것이다.


나는 인터넷이나 커뮤니티 등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 글들도 분명 도움이 되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다만 대학교 발표 자료를 만드는데 네이버 지식인을 참고하면 안 되듯이, 중요한 결정 앞에서는 더 믿음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요즘같이 SNS가 발달된 세상에서는 그런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고 말이다. 존중과 감사의 태도로 접근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의 고민에 진지하게 응해줄 것이다.


사진 출처 : 나의 아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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