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 없는 인생이란 얼마나 지루할까
그런 사람들은 네 인생의 스파이스 같은 거야.
굉장히 오랜만에 글을 쓰는 기분이다. 기록을 찾아보니 올해 4월 초에 쓴 글을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적이 없다. 맙소사, 이런 내게서 '브런치 작가'라는 역할을 뺏어가지 않은 브런치 측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동안 글을 쓰지 않았던 것에는 큰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소의 깨달음으로 그동안 생각해 왔던 것들이 와장창 무너졌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이야기해 보겠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제 더 이상 자기계발서를 잘 읽지 않게 되었다는 점 정도만 밝혀두겠다.
그런 내게 다시 모니터 앞에 앉아 글을 쓰게 만든 것은 한 권의 책이었다. 세나북스 출판사의 '일본에서 일하면 어때?'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이다. 일본에서 일했거나, 아직도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예전에 한창 책을 사모을 때 나의 경험과 맞닿아있는 부분에 흥미가 생겨 집어두었던 책이다. 최근 들어 퇴근하고 하는 일이 없어진 터라 집에 뒹굴고 있던 책을 집어 들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스쳐 지나가며 이런 생활도 있구나, 저런 생활도 있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찰나였다. 허니비님의 에피소드에서 이런 글을 발견했다. 매번 인사를 건네지만 끝까지 받아주지 않는 심술궂은 직장 동료에 대해 상사분께 털어놓으며 조언을 구하는 대목이었다.
'그런 사람은 인생의 스파이스라고 생각해. 스파이스가 있어 요리가 다채로워지고 악센트가 생기듯이 그런 사람들은 네 인생의 스파이스 같은 거야. 없으면 오히려 밋밋할걸?'
다른 문구보다 '없으면 오히려 밋밋할걸?'이라는 문구가 내 시선을 끌었다. 사소한 불만은 있으나 큰 불만이 있지는 않은 현재의 내 생활에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일본에 있을 적에도 절대 포기하지 못했던 한국 음식이 있었다. 불고기, 삼겹살 등도 물론 너무나도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제일 먹고 싶었던 건 맛있게 담근 김치였다. 젓갈이 한가득 들어간 전라도식 김치. 나에게 있어 김치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젓갈의 쿰쿰한 짠맛과 함께 올라오는 알싸한 매운맛이다. 밋밋한 나물, 자칫 물릴 수 있는 다른 반찬들과 흰 밥도 어울리지만 그 사이에 김치가 들어가면 더할 나위 없는 조화가 완성된다. 완벽한 스파이스인 것이다.
책을 읽으며 인생에 있어 고민과 고난 또한 김치와 같은 스파이스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뇌리에 떠올랐다. 커리어 측면에서 다음 스텝에 대해 고민하는 한편 지금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안주하려는 나. 퇴근 후 별다른 노력 없이 유튜브를 보며 낄낄대고 멍하니 쇼츠를 넘기며 쉬고 있다고 말하는 나. 그런 나의 인생은 정녕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고민과 고난이 우리를 힘들게 하기에 인생에서 지워야 하는 숙제 같은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런 숙제도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삶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숙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떤 숙제를 할 것인지 스스로 정하는 행위가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혼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나는 오늘 키보드를 두들겼다. 앞으로의 내 삶 속에서 나 스스로가 자신을 쓸모 있는 사람으로 여기게 되기를. 그리고 이 글을 읽어준 감사한 독자님들의 삶 속에 딱 정당한 정도의 스파이스가 함께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