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의 칼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무난함과 뛰어남은 공존할 수 없다

by 도쿄프리 Tokyofree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불후의 명언이 있다.



'해야 할까 싶을 땐 하고, 해도 될까 싶을 땐 하지 마.'



군 생활을 관통하는 이 한 문장은 특히 복무 초기에 많이 듣게 된다. 아직 판단력이 서툰 신병들에게 집단생활에서 모나지 않게 행동하라는 지침 같은 말이다. 속뜻은 단순하다. 남에게 민폐 끼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할 일은 알아서 하라는 의미. 수직적인 문화가 뿌리 깊은 군대라는 조직에 딱 맞는 사고방식이다.


그런데, 이 문장은 과연 군대에서만 유효한 걸까?


군대를 제대한 지도 오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3년이 흘렀다. 돌이켜 보면, 저 말은 군대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여전히 통용된다. 겉으로는 수평적인 분위기를 지향한다고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수직적인 문화를 벗어나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에도 군필인 똘똘한 친구들이 선호되며 회사 후임으로는 말 잘 듣고 똘똘한 사람이 들어오면 에이스 소리를 듣는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자기 일을 잘하는 사람. 직설적으로 말하면 “부려먹기 좋은 사람”이 사회에서 환영받는 인재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런 경험을 통해 일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나름의 장점도 있다. 이것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유교적 사고가 짙게 배인 동양 문화의 한 단면이다.


그래서 이런 관습은 아무 문제없었다.


AI의 등장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금 우리는 입력만 제대로 해주면 그림도 그려주고, 글도 써주고, 영상도 편집해 주고, 대량의 실험도 대신 수행해 주는 AI의 시대에 살고 있다. 2024년도 노벨상 수여식에서 AI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존 홉필드(John J. Hopfield)와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두 사람에게 노벨물리학상이, AI를 사용하여 단백질 구조의 설계와 예측에 기여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노벨화학상이 수여되었다. AI가 단순히 취미나 부가적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쓰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 놀라운 건, AI는 지금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아직 상용화가 덜 되었고, 기업의 보안 문제로 100% 보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시간문제다. 그 시점이 오면 '주어진 일을 무난히 잘 수행하는 사람'은 365일 내내 쉬지 않고 일하며 단순노동을 완벽히 수행하는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이 AI에게 기대하는 '무난함'을 상회하는 '뛰어남'을 가진 사람들만 남는 것이다.


뛰어남을 얻기 위해서는 '해도 될까 싶을 때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때에도 도전하며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항상 자신에게 주어진 것 그 이상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해진 것이다. 무난함은 더 이상 평범의 미덕이 아니다. 무난한 상태로 머무는 것은 마치 가만히 선 채 뒤로 밀려나는 것과 같다.


참으로 살기 힘든 세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가 반드시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우리 역시 AI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반복적이고 지루한 과정은 AI를 활용해 단축할 수 있다. AI에게 무난함을 내어주고, 그 위에서 뛰어남을 추구해야 한다. 이제 멈춰 설 수 없게 된 대신,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신발을 얻은 셈이다.


이제는 새로운 격언이 생겨난 것 같다.


'해야 할까 싶은 건 AI한테 던지고, 해도 될까 싶은 걸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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