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의 칼럼

‘취미 없음’이라고 적는 사람에게

나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랐다

by 도쿄프리 Tokyofree



너 요새 취미가 뭐야?



이 단순한 질문 앞에서 나는 늘 망설였다.

좋아하는 게 없는 건 아닐 텐데, 막상 말로 하려니 뭔가 어색했다.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나에겐 취미가 없는 걸까?

그러던 중, 유튜브에서 ‘무선은 절대 유선을 못 이긴다’는 영상을 본 게 자꾸 마음에 남았다.

평소 에어팟 프로를 달고 사는 나로선 의아했지만, 괜히 신경 쓰여서 결국 저렴한 유선 이어폰을 사봤다.

그리고 그날 이후, 소리를 듣는 일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전엔 그냥 흘려듣던 소리들이 이제는 자꾸만 귀에 걸렸다.

그래서 조금씩 찾아보다 보니, 이어폰이란 게 생각보다 깊은 세계더라.


처음엔 그저 이어폰이 하나 필요했을 뿐이다.

귀에 직접 닿는 제품이다 보니, 아무거나 쓰기엔 조금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 보니 이어폰, 헤드폰,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DAC/AMP 같은 기기들을 알아보며 하나씩 장비를 모으게 되었다.

무리하지 않으려 했지만, 참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조금 더 현명한 소비를 위해 청음샵에 가서 직접 들어보기도 했다.

어떤 기기가 내 귀에 맞을지 몰라 수차례 이어폰을 바꿔 끼우며 말없이 앉아 노래만 들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나도 모르게 이 작은 경험에 빠져들었다.


그럼에도 초보는 초보다.

아직은 비싼 이어폰과 저렴한 이어폰의 차이를 명확히 구별하지 못하겠다.

아마 돈을 덜 써봐서 그런 걸까.


하지만 듣는 시간이 길어지자, 나도 모르게 귀가 변했다.

늘 듣던 노래인데도, 에어팟 프로에선 느끼지 못했던 악기 소리가 들려왔고,

무던하게만 들리던 가수의 목소리에서 잔향이 느껴졌다.

무선 이어폰에선 포착되지 않던 섬세한 표현들이 하나둘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청음샵에서 세 시간 가까이 노래에만 몰입하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사람들이 왜 이 세계에 빠지는지 알 것 같다.”


생각해보면 모든 취미는 본질적으로 닮아 있다.

흥미가 없는 사람에게는 비싼 기기나 저렴한 기기나 비슷해 보인다.

예컨대 카메라에 관심 없는 내 눈엔 스마트폰이나 고가의 미러리스나, 그냥 사진을 찍는 기계일 뿐이다.

물론 비싼 장비가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겠지만, 요즘 스마트폰도 충분히 잘 나오는데 굳이 수백만 원을 들여야 할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그 미묘한 간극을 알게 되었다.

멀리서 보면 별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에어팟으론 들리지 않던 악기의 선율이 새로 산 이어폰에선 또렷하게 들리고,

스마트폰으론 흐릿했던 먼 나무도 미러리스 카메라에선 선명하게 담긴다.


아마 취미란 그런 것 아닐까.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나만 아는 차이를 알아채고,

거기서 나만의 기쁨을 발견하게 되는 것.

남들이 보기엔 별것 아닌 집착처럼 보일지 몰라도,

내가 좋아할 줄 몰랐던 것을 스스로 발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충분히 의미 있다.

그래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음악을 듣는 일이, 내 취미가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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