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의 칼럼

하늘에서 내려다본 한국은 너무나도 넓었다

by 도쿄프리 Tokyofree



제주도에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밤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비행기 창밖으로 내려다본 한국은, 평소 집과 직장만을 오가던 나에게 너무도 넓게 느껴졌다. 그토록 높아 보였던 빌딩들은 모형처럼 귀엽고, 버스나 차들도 마치 미니어처 같았다. 밤이라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 산과 숲은 바다처럼 보였고, 그 사이를 이어주는 도로는 수상도시 위에 떠 있는 길처럼 신비롭게 보였다.


끝없이 펼쳐진 야경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산 사이에 자리한 큰 집들은 평온하고 살기 좋은 저택처럼 보였고, 반대로 빽빽하게 밀집된 아파트의 한 세대를 떠올리자 내가 저 좁은 공간에 들어가려고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온 것인지 현타가 오기도 했다.


최근 집을 구하며 느꼈던 감정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2년 동안 신세졌던 집을 떠나 새로운 집을 찾기 위해 20곳이 넘는 집을 보러 다녔다. 조건은 간단했다. 투룸일 것, 반지하나 옥탑은 아닐 것, 그리고 내 마음에 드는 집일 것. 마지막 조건을 추가한 이유는 단순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집이라도 문을 여는 순간 코를 찌르는 물비린내와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 있었다. 결국,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울만큼은 아니더라도 서울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지역에서 비싼 월세를 실감하며 우여곡절 끝에 재개발 예정지의 나름 괜찮은 집을 구했다. 그 과정에서 “이렇게 집이 많은데 왜 내게 맞는 집은 없는 걸까? “라는 자조 섞인 한탄도 하곤 했다.


그런데, 밤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한국의 야경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었다. 생각해보면, 이 좁은 땅에 어떻게든 내가 누울 자리를 마련하려 아등바등할 것이 아니라, 중고차라도 한 대 구해 나의 생활 반경을 넓힌 뒤, 비교적 여유로운 곳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편이 내 삶에 더 큰 여유를 주지 않을까?


오르락내리락하는 부동산의 상대적 가치가 아니라, 내게 주는 주관적 가치로 집을 바라볼 때 어떤 곳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까.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본 한국은, 좁은 생활 반경 속에 갇혀 있던 내 생각을 넓혀준 아름다운 야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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