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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프리 Tokyofree Jun 25. 2023

일본에서 고민했던 '자유롭게 사는 것'의 의미

사진 출처 : 나의 아이폰


https://brunch.co.kr/@ghkdwjdrk123/5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가 아니다.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나'도 아니다. 나는 '당신이 날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라고 나 스스로 생각하는 '나'다."


인도에서 승려 수행을 했던 '제이 셰티'의 책 '수도자처럼 생각하기'의 제일 첫 문단에 나오는 인용문이다. 일본에서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나는 저 문장을 발견한 순간 속으로 유레카를 외쳤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고민들에 대한 답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기고했던 글 '일본 직장인 vs 한국 백수'는 글의 제목 덕분인지 4만 명이 넘는 브런치 독자분들께서 읽어주셨다. 한국인이었던 내가 일본에 넘어가 개방감을 느끼며 자유롭게 살았다던 이야기. 마침내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다시금 느껴졌던 사회로부터의 압박감. 나는 그 글에서 내가 느꼈던 바에 대해 솔직하게 풀어내었다. 너무 개인적인 사견이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였다.


예상과는 달리 대부분 긍정적으로 봐주셨지만 아래 달린 댓글 중에 사람은 타인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며 그 압박감은 나의 단순한 착각에 불과하다고 말씀해 주신 분이 계셨다. 나의 글을 관통하는 반문이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내가 유난히 예민하게 구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수없이 해보았기 때문에 더욱 무거운 충고였다.


과거 어느 날 의식하지 말자고 마음먹은 이후, 나는 남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그 속내는 달랐다. 이 글의 첫 부분에 담아놓았던 문장과 같이 언제나 '당신은 나를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나'가 있었다. 그 안의 나는 상대가 내 출신 대학을 보고, 내가 다니는 회사를 보고,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 태도, 말투 등을 보고 나를 어떻게 판단할지 걱정하고 있었다. 어쩌면 나 스스로가 무의식 중에 그렇게 행동했기 때문에 그 반대를 신경 쓰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 모든 것이 일본으로 넘어간 순간 달라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판단의 척도가 사라졌다. 내가 일본인을 볼 때 그냥 길가에 지나가는 외국인 중 한 명으로 바라보았고, 반대의 입장에서도 나는 그저 수많은 외국인들 중 한 명으로 보였을 것이다. 차라리 한국인이라고 차별당할 것을 걱정했던 순간은 있어도 '저 사람은 저 나이에 왜 이것도 못했지?'와 같은 잣대를 내게 들이댈 것을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내 앞에 앉은 사람을 온전히 그 사람 하나로만 볼 수 있게 되더라.


'그게 진짜 자유롭게 사는 거야? 결국 눈치 볼 사람이 없어졌다는 거 아니야?' 이렇게 반문해 올 수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그렇다고 내 생각이 변화했다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내가 한국에서 자라왔던 환경은 내게 끊임없는 경쟁을 강요했다. 성적, 대학, 취업, 연애, 결혼 등 수많은 중간 골(goal)이 있었고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환경에서 나고 자란 내가 단순히 그러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20년 넘도록 배워왔던 것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게 가능하다면 나는 인간이 아니라 로봇일 것이다.


그렇기에 사는 환경자체를 바꾸는 방법은 굉장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게는 큰 효과가 있었다. 나는 아직도 '덜' 자유롭지만 그럼에도 이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그거면 된 거 아닐까? 평일임에도 사람이 매우 붐볐던 우에노 공원, 신주쿠 공원. 긴 기다림에도 별로 불평하지 않던 맛집 앞의 대기열. 딱딱한 듯 보이지만 질서 있게 움직이는 사람들.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인들이 보기에는 답답하지만 그들 나름의 여유가 있는 모습으로도 보였다. 나에게는 그런 광경이 일종의 휴양지로 느껴졌다. 이제는 다시 나의 나라로 돌아왔지만 또 내게서 여유가 사라진다면 훌쩍 떠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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