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학 첫 번째 난관
수년전 이야기라 상세한 사항까지 기억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본 생활을 시작함에 있어서 내게 첫 번째 난관이 찾아왔다는 것은 선명하게 기억한다.
대학 합격통지를 받고, 일본행이 결정된 후 수두룩한 서류가 내 앞에 놓였다.
대학 입학서류, 비자, 부동산 관련 서류.
19살의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알았다.
부모님은 일본어를 하지 못했고, 유학원을 통한 일본 유학이 아니었기에 모든 서류 처리를 스스로 해야 했다.
한국에서 해결해야 할 일.
입학 수속과 등록금, 기숙사 신청, 한국 대학 자퇴 신청, 전자사전 구입.
외국인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합격 통지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일본 국내 주소가 아니면 입학 수속 서류를 보낼 수 없다 했고, 나는 인터넷에서 알고 친하게 지내던 언니에게 무리하게 부탁해 서류를 전송해 받았다.
일본 유학 시험은 거의 만점이었고, 대학도 합격했으니 까짓 일본어 따위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서류 위에 빼곡히 쓰여있는 일본어는 내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대학에 전화하면 되잖아.
상담을 하고 싶어도 국제전화로 연락을 해야 했고, 전화를 해서 잘 모르는 점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할 자신도 없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도 입학 서류에 관해 상세하게 적어 놓은 곳은 없었다.
여행할 때처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코스대로 가면 되는, 그런 방법이 그 어디에도 없었다.
집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부동산에 가서 집을 찾아야 하는데 일본 내에 살고 있지 않기에 불가능했다.
그래서 기숙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일본인 학생들을 위해 대학에서 소개해주는 기숙사가 있었지만, 교통편이 좋은 도심에 있고 보안이 잘 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너무 비쌌다.
매일매일 인터넷과 씨름을 벌였다.
잘 모르는 단어로 가득한 일본 현지 사이트를 몇 시간씩 들여다보면서, 거미줄 같은 동경내 지하철 노선도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사립 기숙사를 찾아냈다.
방문하지 않아도 계약이 가능한 곳이었다.
단 하나 문제점은 서류에 일본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 국적의 보증인 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보증인..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
일본 국적..
안타깝게도 우리 집안에 일본과의 인연은 없었다.
보증회사를 쓰는 방법도 있었지만, 어렵게 가게 된 일본 유학, 등록금만 해도 어마어마한 금액이 들어갔는데, 보증회사까지 쓰고 싶지 않았다.
결국 아버지께서, 친구분께 부탁을 해, 아버지 친구분의 친구분이라는, 멀고도 먼 곳에서 일본 국내에 거주하는 일본인 보증인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우여곡절, 다니던 한국 내 대학을 자퇴하고, 일본 생활이 시작되었다.
출국장에서 부모님 곁을 떠나던 그때..
내 마음속에는, 무언가를 이뤄냈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일본에 입국한 후에도, 유학 비자 준비, 외국인 등록증 신청, 은행 계좌 개설, 휴대폰 가입 등 홀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어릴 때는 언제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부모님께 물어보면 됐지만, 이 곳에서는 나 혼자다.
나 혼자서 무엇이든 해결해 나가야 한다.
물론 어려움에 쳐했을 때마다 주변의 한국인 유학생 선배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어디에 가던,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그러나 이 곳에는 가족이 없다.
즉, 최종적으로는 홀로서야 한다.
나는 매일매일 되새겼다.
강해져야 한다.
그렇게 나의 일본 생활은 시작되었다.
동경에서 대학을 졸업 후, 경영&IT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본 유학, 일본 취업에 관한 경험담을 공유하고, 멘토링 목적의 희망 포스팅을 위주로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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