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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효니 Jan 11. 2017

#1-2. 기다리던 이 날, 드디어 떠나요.

[여자혼자미국횡단여행]처음 하는 미국 여행, 나 홀로 출발.

아침부터 남편이 더 들떠있다. 꼭 자기가 여행 가는 것처럼 기대가 된다고 한다. 어젯밤에는 친구들이랑 술자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찍 집에 들어왔다. 남편이 여러 번 미국으로 출장 갈 때 나는 아직까지 한 번도 배웅한 적이 없었는데, 남편은 나의 첫 미국 여행을 위해 자청해서 공항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려고 했다.


오랜만에 하는 장기 여행이기에 짐이 생각보다 많아졌다. 옷은 내 나름대로는 최대한 줄였다고 줄였는데, 뉴욕이 굉장히 춥다는 소문을 듣고 유니클로에서 대량 구입한 히트텍 부피가 꽤 됐다. 거기에, 영어에 자신도 없으면서 갑자기 혼자 가게 된 미국 여행, 혹시나 무슨 일이 있으면 어쩌나 하고 화장품, 세면도구, 비상약 등 필요할 것 같은 것들을 몽땅 챙긴 것도 한 무게 했다.


일본도 사람 사는 데야. 여기서 사면 돼지, 뭘 이리 싸왔어.


1년 전, 엄마가 일본으로 여행 왔을 때 이것저것 잔뜩 싸 들고 온 걸 보고 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이번 여행 때, 완전히 똑같은 소리를 남편한테 들었다. '거기도 사람 사는 데야. 어디 우주로 여행하는 거 같아 '.


그때는 몰랐지, 언어가 부자연스러운 외딴 나라에 혼자 갈 때, 사람 마음이 어떤지.



2주간이라는 기간을 생각해서, 준비한 옷은, 목티 3개, 방한용 후드잠바, 스키니진, 와이드팬츠.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하기에 날씨 변화를 생각해서 울코트와 패딩잠바를 하나 씩.


공항까지는 남편이 짐을 들어줬지만, 미국에 도착하고 나면 혼자 움직여야 할 텐데, 난 왜 그 계산은 못한 걸까.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길, 조금 더 줄였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살짝 후회가 남았지만, "이것도 다 경험이지 뭐 "라는 남편의 한마디에 '그래 그런 거지 뭐' 하고 마음이 편해졌다. 너무 무거워서 벅찰 것 같으면 버리고 오지 뭐.



70L 여행용 캐리어. 이것도 남편한테 빌렸다. 보통 2주라면 90L는 필요하다고 하던데, 여자 혼자 들려면 70L라도 꽤 무겁다.


이번 여행에는 남편한테 이것저것 빌린 것도 많았다. 장녀였기에 지금까지는 뭐든 내가 제일 처음 먼저 사서 쓰고, 누구한테 물려받고 그런 적은 없었는데, 따로 사지 않아도 빌려 받을 수 있다는 거 참 괜찮다. 빌려 입은 두툼한 패딩잠바가 따뜻하다.



13시간의 비행, 새로운 대륙에의 도전. 일본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잊고 있었던 '익숙지 않음'이라는 가슴 떨림이 다가온다. 내게 있어서 지금 이 타이밍에, 새로움이라는 두려움에 꿇지 않고 맞선다는 것은 의미가 깊다. 2주간의 미국 여행, 지금보다 강하게 당당하게 새로운 경험을 즐기자.


씨유 재팬.




Brunch.

동경에서 대학을 졸업 후, 경영&IT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본 유학, 일본 취업에 관한 경험담을 공유하고, 멘토링 목적의 희망 포스팅을 위주로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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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위주의 블로그.

결혼식을 준비 중인 예비신부이기에, 요즘은 한일 부부 포스팅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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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타임으로 일상 사진을 제일 먼저 올리는 인스타그램.

한국어/일본어로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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