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혼자미국횡단여행]처음 하는 미국 여행, 나 홀로 출발.
아침부터 남편이 더 들떠있다. 꼭 자기가 여행 가는 것처럼 기대가 된다고 한다. 어젯밤에는 친구들이랑 술자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찍 집에 들어왔다. 남편이 여러 번 미국으로 출장 갈 때 나는 아직까지 한 번도 배웅한 적이 없었는데, 남편은 나의 첫 미국 여행을 위해 자청해서 공항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려고 했다.
오랜만에 하는 장기 여행이기에 짐이 생각보다 많아졌다. 옷은 내 나름대로는 최대한 줄였다고 줄였는데, 뉴욕이 굉장히 춥다는 소문을 듣고 유니클로에서 대량 구입한 히트텍 부피가 꽤 됐다. 거기에, 영어에 자신도 없으면서 갑자기 혼자 가게 된 미국 여행, 혹시나 무슨 일이 있으면 어쩌나 하고 화장품, 세면도구, 비상약 등 필요할 것 같은 것들을 몽땅 챙긴 것도 한 무게 했다.
일본도 사람 사는 데야. 여기서 사면 돼지, 뭘 이리 싸왔어.
1년 전, 엄마가 일본으로 여행 왔을 때 이것저것 잔뜩 싸 들고 온 걸 보고 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이번 여행 때, 완전히 똑같은 소리를 남편한테 들었다. '거기도 사람 사는 데야. 어디 우주로 여행하는 거 같아 '.
그때는 몰랐지, 언어가 부자연스러운 외딴 나라에 혼자 갈 때, 사람 마음이 어떤지.
공항까지는 남편이 짐을 들어줬지만, 미국에 도착하고 나면 혼자 움직여야 할 텐데, 난 왜 그 계산은 못한 걸까.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길, 조금 더 줄였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살짝 후회가 남았지만, "이것도 다 경험이지 뭐 "라는 남편의 한마디에 '그래 그런 거지 뭐' 하고 마음이 편해졌다. 너무 무거워서 벅찰 것 같으면 버리고 오지 뭐.
이번 여행에는 남편한테 이것저것 빌린 것도 많았다. 장녀였기에 지금까지는 뭐든 내가 제일 처음 먼저 사서 쓰고, 누구한테 물려받고 그런 적은 없었는데, 따로 사지 않아도 빌려 받을 수 있다는 거 참 괜찮다. 빌려 입은 두툼한 패딩잠바가 따뜻하다.
13시간의 비행, 새로운 대륙에의 도전. 일본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잊고 있었던 '익숙지 않음'이라는 가슴 떨림이 다가온다. 내게 있어서 지금 이 타이밍에, 새로움이라는 두려움에 꿇지 않고 맞선다는 것은 의미가 깊다. 2주간의 미국 여행, 지금보다 강하게 당당하게 새로운 경험을 즐기자.
씨유 재팬.
동경에서 대학을 졸업 후, 경영&IT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본 유학, 일본 취업에 관한 경험담을 공유하고, 멘토링 목적의 희망 포스팅을 위주로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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