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혼자미국횡단여행]좋은 여행은 좋은 만남에서 부터.
긴 비행이었다.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13시간을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것은, 내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피로감이었다. 뉴욕 날씨에 대비해서, 방한 대책은 탄탄히 했지만,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해서는 예상외였다. 저녁 비행기로 나리타를 출발해, 뉴욕 JFK공항에 도착 한 건 오후 16시쯤이었다. 비행기가 날짜 변경선을 넘어갔을 때, 괜스레 기분이 이상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나는 미래의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과거의 사람이 되었으니 말이다.
ESTA는 프린트해서 가져갔건만 입국 심사 때는 여권만 필요했고, 심사 받을 때까지 기다린 줄은 엄청 길었는데 심사 자체는 금세 끝났다. 사진 촬영과 지문 등록은 일본에 입국할 때도 항상 하던 거라서 별 거부감은 없었다. 아, 여권을 여기 사람들은 PASSPORT보다 ID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처음에 뭔 소린지 못 알아먹고 헤맸다.
공항에서 맨해튼까지 들어가기 위해서 Uber를 사용했다. 뉴욕 하면 옐로캡이라지만, 이상한 운전수들도 많다고 해서 Uber를 쓰기로 했다. 처음 하는 미국 여행이고, 여자 혼자라는 점도 고안해서 이번 여행에는 안전을 제일 우선시하기로 했다. 그런데, Uber를 부르는 단계부터 문제에 닥쳤다. 핸드폰 번호 인증을 하라는 메시지, 인증번호가 전송되었지만 내 핸드폰에 수신이 안 되는 것이었다. 공항에서 30분 이상을 끙끙거리다, 결국 데이터 로밍을 잠깐 켜서 메시지를 수신했다. 사전에 해외 로밍 사용 설정을 조사해놔서 다행이었다. Uber를 못 타면 어떡하지 하고, 공항에서부터 미아가 될 참이었다. 일본에도 Uber는 들어와 있지만, Black 뿐이기에 사실상 처음 타 보는 Uber, 공항에서는 Pickup장소를 찾기가 어렵다고 하던데, 의외로 간단히 드라이버와 만날 수 있었다. 여행에는 운도 필요한 것 같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호텔은 타임스스퀘어에서 가까운 곳으로 Booking.com에서 예약했다. 일본 여행 대행사 HIS, JTB에서 호텔 예약을 하려는 내게 Booking.com을 소개하여 준 남편. 문제가 생겼을 때 세계 공통 플랫폼이 처리하기 쉽다고 했다. 한 동안 해외여행을 안 한 탓에, 나는 완전 초짜 여행자가 된 것 같다. Trip advisor도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같은 플랫폼 위에 세계 각국의 언어로 이용이 가능한 아 두 개의 사이트는 전 세계의 여행자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이렇게 편리할 수가.
THE NEW YORK TIMES가 호텔 바로 코 앞에 있어서, 길을 찾기도 수월하다. 원래는 두 명까지 묵을 수 있는 방인데, 혼자 지내려니까 침대가 꽤 넓다. 난방도 따뜻하고, 벽걸이 TV, 키친이 딸려 있다. 여자 혼자 여행하기에는 딱 좋은 것 같다.
호텔에 체크인한 후, 도쿄의 셰어하우스에서 같이 생활했던 후쿠시 언니와 만났다. 당일날까지 깜빡 잊고 있다가, 공항에서 급히 생각이 나서 연락을 했는데, 고맙게도 이 날 저녁이라도 괜찮다고 답변이 왔다. 긴 비행시간 때문에 비몽사몽이었지만, 낯선 땅에서 지인을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게다가 맛있는 집은, 현지에서 생활하는 사람한테 데려다 달라고 하는 게 제일이다.
후쿠시 언니가 소개해 준 곳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Mercato. 호텔에서 1분도 채 안 되는 장소에 있어서 더욱 좋았던 이 곳은, 2014년 미슐랭 '비브 구르망(Big Gourmand)'이 추천한, 40불 이하의 가치 있는 뉴욕 레스토랑에 올랐다는 유명한 곳이었다.
주문한 음식은 다 맛있었지만, 그중에도 루꼴라 샐러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카라멜리제 한 견과류와의 조합이 아주 굿. 마지막에 먹은 라자니아도 부드럽고 맛있었다. 양도 많고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와인도 풍부. 호텔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맛집이 있다니 베리 굿.
남편이 뉴욕지사로 발령받은 탓에 같이 따라왔다는 후쿠시 언니, 결혼도 이때 결정되었다고 했다. 원래는 일본에서 대학 교수로 일하다가 일을 그만두고 남편을 좇아 따라온 이 땅, 지금은 이 곳에서도 학교를 다니면서 연구활동과 더불어 개인적으로도 여러 가지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남편이 외국으로 발령 나면, 따라가게 된 아내는 보통 할 일이 없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던데, 언니는 일단 언어가 되고, 한 분야에서의 주욱 커리어가 있어서 그런지 따라와서도 자기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게 좋아 보였다.
여자의 인생, 남편 인생에 맞춰 살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우리 인생도 한번뿐인데. 어떤 제약이 있더라도, 그 환경 안에서 생명력 있게 살아가는 선배들을 보면 좋은 자극을 받는다. 뉴욕에서의 첫날밤부터 너무 좋은 만남이었다.
동경에서 대학을 졸업 후, 경영&IT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본 유학, 일본 취업에 관한 경험담을 공유하고, 멘토링 목적의 희망 포스팅을 위주로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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