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끝물 아줌마의 도쿄 전직 일기(8)

면접을 보다

by 김민정

내가 이직을 생각하면서 가고 싶은 회사는 당연히 1위는 대학의 교수인데, 내가 한 10년쯤 논문을 하나도 못 써서 일단 이 길은 좀더 뒤로 두기로 한다. 60세에 대학교수 데뷔할 수도 있잖아. 어차피 고령화 사회이고 성인이 못하는 건, 아동모델뿐이니.

그 다음 일은, 외국인 인재채용 전문 커리어 어드바이저이고, 그리고 또 하나는 여행, 호텔과 같은 서비스 업종의 외국인 지원 담당 업무다.

나는 지난 한달간 정신없이 이력서를 내밀었고 커리어 어드바이저에 따르면 나이가 많고 경력도 많아 동종업종은 윗자리를 내어줘야 해서 선호하지 않을 것이며, 임금이 적은 업계는 나이 어린 경력 없는 사람을 선호해서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결국 내가 지난 한달간 면접을 본 곳은 두 곳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는 그야말로 커리어 어드바이저이고 다른 하나는 최고급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행사다. 저렴한 여행은 없고 손님은 대부분 올드머니의 거물들이라고 한다. 내가 영어를 더 잘했으면 나는 분명히 이 회사에 입사하고 싶었을 것이다.

영어를 너무 못한다는 게 가장 걸린다. 인생의 걸림돌은 언어인 경우가 많다. 모국어도 그렇고, 영어도 그렇고 일본어도 그렇다. 삶은 넘어야 할 벽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너무 힘들고 그래서 너무 재밌다.

여하튼 나는 오늘 영어 면접을 봤다. 인사 담당자, 그리고 그 회사의 임원도. 영어로 회사 설명을 아주 심플하고 재미있게 해주고, 그 회사에서 중시하는 것은 디테일(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써주는 사람), 지식을 많이 가질 것,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 했다. 이런 것들에 돈을 쓰는 사람은 아주 많다고 말이다. 나는 이 경험을 살려서 다른 회사 면접에 가면, 내가 중시하는 것들이라고 강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 임원은 내게 설명을 멋들어지게 해주었다.


나는 오랜 기간 기자로 살았고 번역을 했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나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내가 일을 따와야 하는 쪽이 50%이다. 나머지 50%는 내가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고.


다음주는 면접이 줄줄이 있는데 제발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취업을 못하고 기자나 번역 일을 못 따오면 나는 죽어야 할까.

먹고 살지 못해 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눈물이 난다.

나는 다수의 아이들을 키우느라 30대에서 40대를 보냈고

이제 일을 본격적으로 하려고 하니, 내 경력을 다 살려주는 곳은 당연히 없다.

일이 없어 죽어야 하나.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까.

엄마는 내게 늘 긍정하라고 했다. 너는 김민정이라고 말했다.

그게 뭐라고. 하지만 나는 김민정이다. 라고 생각하면 약간 눈물이 나면서

나의 삶을 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불쑥 든다.

나는 김민정이다. 지금까지 반듯하게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김민정이다. 그게 뭐라고 싶지만, 그게 다여도 나는 김민정이다.

취업을 못하면 계속 강의를 하면서 알바를 해야겠다 싶다.

애 키우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생각한 전직, 그럼 전직에 대해 글도 써야겠다 싶어 이렇게 글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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