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끝물 아줌마의 도쿄 전직 일기(13)

by 김민정

면접이란 무엇인가. 내가 이걸 20대에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20대의 나는 자존감이 넘치면서도 소심했다. 그래서 서류나 면접에서 떨어지는 것이 정말 죽는 것보다도 싫었다. 나의 체면을 구기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나는 그냥 편하게 직업을 가졌고 쓰게 되었다. 쓰는 것 하나면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더 참고 더 진득하게 취직활동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너무 낙관적이었다. 어쩌면 쓰는 게 너무나 좋았다. 그래서 전직활동도 하지 않고 훌쩍 캐나다로 넘어갔다가 훌쩍 어느 회사에 취직을 했고 그리고 또 훌쩍 대학원에 입학했다.


만일 내가 그 젊은 날에 더 많은 회사를 알아보고 최소한 더 많이 면접을 봤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또 낙관론이다. 아무리 좋은 회사여도 내가 모를 비밀들이 있고 빌런들이 있으니 이런 가정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는 면접이 나를 평가하는 곳이 아니라, 한 회사에 들어간 나보다 성공한 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란 걸 뚜렷이 알게 되었다. 나의 모든 걸 다 알려줄 필요가 없고 나도 그 회사의 모든 걸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면접관이 가진 분위기 회사의 분위기 같은 것에서 여러 단서를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사회인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인생이나 노고를 듣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좀 힘들긴 하고 기업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해서 쉽지 않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이렇게나 많은 회사가 있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다양한 일들을 저마다의 손길로 만들어 간다는 어떤 마법을 복 있다고 생각하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조금더 유용하게 쓰고 싶어진다.


오늘 만난 20대 회사원 면접관은 말투가 아주 여유로웠고, 자신의 회사에 대한 엄청난 애정을 이야기했다. 지역사회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지방도시도 살리고 돈을 벌고 그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그 면접관은 조근조근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고 떄로는 실패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면접이 아니면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모두 사회 공부라 생각하기로 한다.

그리고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이 짧은 인생에서 나의 프로필과 역량을 들으려고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하다고. 모든 인연이 부디 이어지지는 않아도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그리하여 나는 직장을 구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60세에는 내가 가정에서 완전히 독립해서 나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의 전직 스토리는 60세 이후의 내가 혼자 살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일은 75세까지 하는 세상이 곧 도래할 것이고, 아이가 있어서 60세까지 돈을 한 푼도 모으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여하튼 60이후의 나의 자유를 위해 달려가 보고자 한다.


요즘은 날이 추우면 이가 시리다. 나이는 이로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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