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외국인, 일본은 지금

by 김민정

내가 일본에 온 90년대, 일본은 지금보다 조금 나은 사회로 기억한다.

외국인 등록증은 구청에서 발급해줬다. 비자가 없는 외국인에게도 발급을 해주는 지자체는 적지 않았다.

외국인 등록증이 없으면 일본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에 들 자격이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보험을 따로 마련해놓은 노조도 있었다.

회사가 값싼 외국인 노동자를 쓰면서 그들에게 비자도 내주지 않고 당연히 건강보험 적용도 해주지 않아 일하다가 다쳐도 병원도 못 가는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다.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다. 여러번 제도가 바뀌었지만 처우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전히 일본은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비자 완화도 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영주권을 따려면 성실하게 일한 자격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 발생한다. 우연히 일하게 된 곳의 상사가 꽝이었을 때 폭력과 폭언을 견딜 수 없는 그런 현장도 존재한다. 그런 외국인들의 처우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일자리를 빼앗아 일본인들이 가난하게 산다고 믿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일본의 쌀값이 5킬로에 5천엔이나 하고 부가가치세가 10%가 되고 물가가 갑자기 오르고 엔저가 계속되는 것이 외국인 때문이라니?

당장 외국인이 없으면 편의점들은 문을 닫아야 한다. 쌀은 누가 재배할까. 쌀값이 더 뛸 것이다.

일본에서 식탁에 오르는 채소와 고기는 누가 키우고 누가 손질한 것일까.

나는 그게 외국인 노동자들의 땀과 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지난 30년간 일본이 키워온 것은 혐오와 혐오 정당이다.

자민당이 통일교의 지지를 받았다고 해도, 그래도 자민당이 낫다는 사람들은 수두룩하다.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립여당제를 그만두고, 일본유신모임과 손을 잡았다. 더욱 우익으로 흘러가 방위비를 높이고, 헌법을 갈아치우겠다고 한다.

지난 선거에선 여자는 18살에 고교를 졸업하면 애를 낳아야 하는대신 애를 키워놓고 취직하고 싶을 떄 취직 시켜주겠다(정말?), 외국인들이 일본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한 참정당이 의석을 많이 차지했다.

참정당처럼 혐오정책을 내세워도 당선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극우 정당들이 더더더더더 탄생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새로 나온 팀 미래라는 당은, 인공지능 어쩌고 해대더니 결국엔 부부별성에도 동성혼에도 찬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체 기술로 뭘 하려는 걸까. 기술력으로 해내겠다는 것이 보수우익 정책일 수도 있구나, 하고 납득하란 말인가.


일본은 꽉 막힌 나라다. 외국인은 지방 참정권따위 당연하게도 없다. 지방참정권을 인정하면 중국인들이 다 들어와서 일본을 망칠 것이라고 하는데. 일본에서 지방참정원이 영주자를 대상으로 생긴다고 해도, 일단 영주권을 따려면 일본에서 10년은 살아야 하고 납세도 10년은 해야하는데, 일본에서 10년을 숨죽여 살면서 지방참정권 받아서 중국으로 만들어버려야지 하는 중국인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일본이 잘 모르는 것은 일본은 이제 경제대국이 아니라 사양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기술력은 여전히 뛰어날 것이다. 수많은 특허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실제로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갈까. 일본이 침체된 사이 수많은 나라들이 조금씩 발전을 하고 있다.


다음주가 선거인데 어느 당이 당선될지에 따라 일본이 과거의 과오를 반복하게 될지가 결정되지 않을까.

아무리 군사력을 증강한다고 해도 자위대 지원자가 매년 줄어드는데 일본이라고 징병제를 실시하지 않을 리가. 지금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지금 정권을 지지해야지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는데, 그런 믿음이 일본을 망치고 있다. 변화하지 않는 사회는 강건하지만, 좋은 쪾으로도 변화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부러지게 마련이다.


일본인만 퍼스트라면, 이 일본 사회에 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은 평생 이등시민으로 만족하라는 거겠지.

외국인노동자 혐오에 혈안이 되어 있는 사이, 인공지능이 먼저 그 일자리를 빼앗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을 숭배하는 우익 당이 의석을 차지해서 일자리의 대부분을 인공지능에게 내놓은 사회가 올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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