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이름을 부른다고?

서울여자 도쿄여자 #20

by 김민정

서울여자 김경희 작가님


일본에 오래 살면,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너무나 닮아 있어서, 실은 차이점이 그다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는데, 지진의 여부가 그렇고, 사회의 기본적인 부분들에서 느끼는 차이도 없지 않습니다. 그 중 하나가 호칭입니다.


우리는 주로, 그 사람의 직업을 이름 뒤에 붙여 부르죠? 제가 작가님을 김경희 작가님이라고 부른 것처럼. 우리에겐 그게 서로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지요. 게다가 우리는 이름 석자를 부르거나, 성을 떼고 이름만 부르는데 익숙합니다. 워낙 성이 김,이,박으로 간단하니까요.


일본은 성이 30만개나 됩니다. 세상에서 두번째로 성이 많은 나라입니다. 1위는 미국이에요. 미국은 다민족 국가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거의 단일민족에 가까운 일본은 정말이지 성이 넘쳐나는 사회입니다. 그래서 친구가 아닌 관계에선 성을 부릅니다.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는 역시 드물어요. 아주 친한 친구 사이에선 이름으로 부르지만 사회적인 어떤 역할이 부여된 관계에선 성으로 부르는 것이 기본입니다. 또 결혼을 하면 남편이나 아내의 성으로 통일을 해야 하는데, 90%는 여성이 남편 성을 따릅니다. 가족 전원이 같은 성을 사용합니다. '누구누구 씨'가 사람을 부르는 기본적 명칭입니다. 직업이나 직함을 같이 부르는 경우는 드물어요.


저는 게이오 대학이란 곳을 나왔습니다. 일본의 엔화 만엔권에 그려진 후쿠자와 유키치란 인물이 만든 학교입니다. 게이오 대학의 장점은, 비지니스에 강한 면입니다. 도쿄대학을 나온 학생들이 고위급 공무원이 되어 안정된 생활을 원하는 것과 달리, 제가 나온 대학은 벤처기업을 차리거나 일본의 유명한 회사에 들어가 비지니스맨으로 성공하는 케이스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희 대학에서 교수님을 교수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이름으로 부릅니다. 다나카 상, 다카하시 상 등으로요. 이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고, 서로 배우는 입장에서 동등하게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선 교수님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요. 초등학교 교사도, 대학교 교수도 모두 '센세이(선생님)'으로 통용됩니다. 교수님이라고 부르지 않으니, 교수라는 것이 다른 교사보다 높다는 의식도 강하지 않아요. 왜 한국에서 어떤 교수가 비행기에서 '선생님'이란 소리를 듣고 '교수'라며 노발대발 했다는데, 그런 사건은 일본에선 일어날 일이 없습니다. 모두가 '선생님'이니까요.


회사에서도 직함을 부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대학 졸업 후 일본의 출판사에 근무했고, 대학 시절에는 모 라디오 방송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과장님, 부장님 모두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당시 라디오 방송국 부장은 '요시유키'라는 이름이었는데 아르바이트생인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요시유키 상"이라고 불렀습니다. 요시유키 부장님은 "부장님"이라고 불리는 걸, 매우 쑥쓰러워 했습니다. 사장도 이름으로 부릅니다. 사장님이라고 부르면, 멋쩍어 하기도 하고요. 일본은 직함이 아니라 이름 사회입니다.


그럼 왜 일본 드라마에선 직함을 쓸까요? 그건 드라마에서 그 사람의 역할이 '부장'이란 것을 비주얼로만은 알릴 수 없기 때문에 대사를 통해 알리기 위해서 직함을 사용하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일은, 대학교수도 회사 사장도 이름으로 불러주는 사회가 엄마만큼은 "누구누구 어머니"라 부르는 사실입니다. 간혹 가족의 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름 그 자체로 불러주는 사람은 매우 드물지요. 저는 회사에서 "김 상"으로 불리웁니다. 아이 친구 엄마들은 저를 "누구누구 마마"라고 부르거나, 남편의 성으로 부릅니다. "민정아"라고 불린 게 언제적 일일까요? 제가 김민정이던 시절이, 민정아라고 불리던 시절이 때론 그립습니다.


도쿄여자 김민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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