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생각하는 사람과 사람과의 거리 1

서울여자 도쿄여자 #24

by 김민정

서울여자 김경희 작가님


어릴 적에도 그랬는데, 어른이 되면서 더욱 타인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지 어려워집니다. 저는 제 영역을 침범받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더욱 거리를 두게 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거리보다,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거리는 훨씬 먼 것 같아요.


일본사람과 식사를 해보면 알게 됩니다. 고기를 먹으러 갔어요. 대학생 때 남자친구 형제들과 함께요. 고기가 나오자, 각자 한 점씩만 구워서 먹더라고요. 우리는 고기를 모두 불판에 올린 후, 누군가 한 사람이 알아서 척척 구워서 척척 접시에 올려주면 먹잖아요. 일본은, 각자 자기 젓가락으로 불판에 한 점씩 올려서 한 점씩 구워먹습니다. "구운 상태 선호도가 각자 다르니까" "한번에 많이 올려놓고 구우면, 고기가 금세 딱딱해지니까" "고기를 먹다가 밥도 먹고 싶은데, 고기를 먼저 구우면 고기만 먹어야 해서 싫증이 나서" 이유는 가지각색입니다. 여하튼 일본인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상태의 고기를 자기가 원하는 시각에 한 점씩 가장 좋게 구워진 상태에서 먹기를 원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다른 사람이 구우면 자기가 원하는 상태의 고기를 자기가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우와, 불고기에 이런 개인주의가!!!


찌개를 같은 숟가락으로 퍼 먹거나, 샐러드를 입에 넣었던 젓가락을 휘집지도 않습니다. 메뉴는 늘 알아서 각자 시켜서 먹고, 나눠 먹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우리처럼 메뉴를 통일해야할 필요가 없어요. 다 같이 같은 메뉴가 같은 시간에 나와서 먹어야 할 이유를 일본인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여하튼, 이들은 먹는 것 앞에선 철저한 개인주의입니다. 집에서도 반드시 앞접시를 사용해요. 저는 요즘 설거지가 귀찮아서 식구별로 좋아하는 식판을 씁니다. 큰아이는 핑크색 식판, 둘째는 초록색, 저는 나무로된 식판이며, 남편은 베이지색 플라스틱 식판입니다. 아예 처음부터 일인분을 나눠주는 걸, 편하게 생각해요.


식사에 관한 개인주의는 혼자 밥먹는 일본인들의 습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본에선 혼자 밥을 먹는 것이 흔한 일입니다. 회사에 들어간 후 저도 런치 타임은 혼자 보내는 일이 많아졌어요. 제가 그날 먹고 싶은 곳에서 책을 읽거나 휴대폰을 만지며 또는 음악을 들으며 조용하게 식사를 할 수 있어요. 그게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한 번 해보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덫입니다. 회사에서 하루 내내 보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동료와 또는 선배와 후배, 상사와 화제를 쥐어짜며 먹는 점심보다, 나홀로 마음 편하게 먹고, 가끔 시간이 남으면 커피를 사러 가거나, 산책도 할 수 있는 시간. 회사원에겐 하루 중 가장 축복받은 시간입니다. 요즘 일본에선 불경기가 계속 되면서 도시락을 싸서 출퇴근 하는 회사원이 늘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 남편은 도시락을 거부합니다. 왜냐고요? 회사원에서 회사를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 뿐이잖아요. 남편은 그 한 시간만이라도 회사에서 나가서 바람을 쐬고, 식사를 즐기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남편의 그런 마음이 너무나 이해가 가요.


혼밥은 외로운 경험이 아니라, 일본에선 사람답게 숨 한 번 쉬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된지 오래예요. 각 레스토랑들은 혼자 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 카운터 석을 충분히 마련해 놓고 있고, 어떤 식당은 개인용 티비까지 갖춰놓았습니다. 일본인들은 서로 조금이라도 피곤한 관계는 없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밥을 먹으며 억지로라도 친해지기 보다, 밥을 먹는 일로 그나마 인사라도 하는 관계가 미워하는 관계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피하고 삽니다. 되도록이면, 점심시간 한 시간만큼은 내 시간으로 활용하고 싶어하고요.


일본인들은 개인적입니다. 가까운 인간관계보다 멀어지지 않는 관계가 더 중점을 두고 삽니다. 어릴 때 저는 일본인들은 뭉치는 민족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개인적인 모습을 보면 좀 놀랍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적이기 때문에 타인의 일상에 침범하지 않고, 더불어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좋은점도 있지만, 그래서 전쟁이나 우경화에 대해서도 그걸 막으려는 사람들이 쉽게 나타나지 않는, 두려운 일본의 모습도 함께 읽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개인적인 일본인들이, 목욕에 있어서만큼은 개방적이고 친화적이란 점도 놀랍습니다. 일본인들은 매일 매일 집에서 욕탕에 들어가 목욕을 하는데, 가족이 모두 함께 그 물을 사용합니다. 남편, 아내, 할머니, 할아버지, 아이들. 순서대로 같은 탕 안에 들어갔다 나옵니다. 저에게는 이런 문화는 또 적응하기 어려운 일본의 단면이고요.


도쿄여자 김민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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