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나가 비소 분유 사건(1955)

일본현대사 #2 그림책 '하세가와가 싫어요'

by 김민정

“하세가와야, 좀더 빨리 뛰어봐. 하세가와야, 울지마. 하세가와야, 많이 먹어. 하세가와야, 더 크게 웃어봐.”


미색 바탕에 먹칠한 것처럼 보이는 새까만 그림. 그림책의 화려함이란 어디서도 찾아볼 없다. 흑백의 조화에 등장인물도 나무도 잠자리도 해바라기도 흐물흐물 비뚤비뚤, 히라가나 위주로 쓰여진 글자는 너무 못써서 읽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세가와가 싫어요(はせがわくんきらいや)’ 하세가와 슈헤(長谷川集平)씨가 1976년 발표, ‘제3 창작그림책 신인상을 받은 작품이다.

hasegawakun.jpg

1955년, 일본 지역에서 원인불명의 병에 걸린 아기들이 병원으로 몰려들었다. 해열, 설사, 구토 증세를 보이는 아기들 중에는 배가 튀어나오고, 온몸에 검은 반점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초기에는 위장장애 정도로 진단되었으나, 그해 8월 모리나가 도쿠시마 공장에서 제조된 분유에 비소화합물이 함유되어있던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건강하고 똑똑한 아기를 키워요란 선전으로 널리 알려진 모리나가 분유에 함유되어있던 비소화합물은 분유가 물에 쉽게 용해되도록 하기 위해 첨부한 화학제품에서 발견되었다. 이 화학제품이 식품위생법에서 사용을 금지한 금속공장의 폐기물에서 산출된 것이란 사실이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비소 중독의 피해는 유아 130명의 사망, 피해자1만명 이상이라는 기록적인 중독사건로 남았다.

사건의 가해자인 모리나가는 피해의 규모에 놀랐는지, 피해자와는 상담도 하지않고, 사망 25만엔, 환자 1만엔을위자료로 영수합니다’란 문구와 함께 피해자에게 우송하였다. 한편, 오사카 대학과 손을 잡고, 후유증은 남아있지 않다고 보고했다.

이로써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로부터 14년 후 문제는 새로이 대두한다.


진실을 밝힌 것은 오사카 후립 사까이 양호 학교에 근무하던 간호 교사였다. 1962년 그녀의 학급에는 중도의 뇌성마비인 남학생이 입학하였다. 남학생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릴 적에 모리나가 비소 분유를 먹었다고 한다. 간호 교사는 조사에 착수하여 보건사, 의학생들과 함께 모리나가 비소 분유의 피해자였던 유아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후유증에 대한 조사를 했다. 그들이 조사하여 발표한 보고서 ‘14년만의 방문’은 피해자의 존재와 피해의 정도, 진실을 세상에 밝히는 계기가 되었다.


대여섯이 피해자들은 전신이 마비되어 접시에 물을 따라 혀로 핥아먹는 아이, 자주 발작이 나는 아이는 가족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자신의 의지에 따라 정신병원을 택했다고 한다. 걷기는 커녕 서지도 못하는 아이가 있었다. 오른쪽 눈을 실명한 사람은 수퍼마켓에 취직을 했지만 혹시라도 퇴직을 당할까 하는 강박관념에 휴일에도 쉬지 않고 일하러 나가고 있었다. 언어장애를 가진 중도의 피해자는 열일곱에 세상을 떴다. 그가 열일곱의 생을 통해 배운 말은 세마디, ‘엄마’, ‘밥’, ‘바보였다. ‘엄마 그의 어머니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말로 열심히 가르쳤다 한다. 그렇지만, ‘바보’란 말만큼은 한 번도 입에 담아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의 취미는 놀이터에 나가 노는 일이었다. 놀이터에 나가면 어린이들이 모여들어 돌을 던지고, 장난을 친다. “바보, 저리 매번 울면서 집에 돌아오면서도 다시 놀이터에 놀러가곤 했다고 한다. 이러한 피해자의 부모들은젖도 안 나오는데 아이를 낳은 것이 죄’, ‘아기를 키워야 하는데, 그 신뢰를 잃었으니 평생 십자가를 져야한다’고 모리나가의 죄를 탓하는 대신 자신들을 탓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모리나가 사건은 사건 발생 18년이 지난 재판으로 발전을 하였으나 1년 후 재판을 포기하는 대신 영구대책안으로 합의를 본다. 재단법인히카리 협회 발촉하여, 피해자들에게 생활 수당 등을 지급하고 자립 지원을 도맡았다. 설립자본은 모리나가가 1억엔을 출자하였고, 매년 모리나가가 자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운영하기로 결정,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morinaga.jpg

얼마전 발생한 유끼지루시 사건도 모리나가 사건도 고객을 속여 돈을 벌려는 속셈이다. 식품의 공업화가 빚은 현상이다.

‘하세가와가 싫어요는 이 모리나가 비소 분유의 피해로 발육부진을 겪은 하세가와 슈헤 씨가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쓴 그림책이다. 약자와 강자가 함께 사는사회, 약자에게 ‘네가 약해서 싫어’라고 진심으로 말하고, 진심으로 돕는 것. 동정이 아닌 진심이 중요하다고 그는 이야기 한다. ‘불쌍하다가 아니라 ‘싫다라고 말할 있는것, ‘싫다’란 대등함, 동등함을 의미한다. ‘하세가와가 싫어요’는 모리나가 사건을 바탕으로 약자와 함께 사는 사회의 이상을 제시했다. 하세가와 슈헤이 씨는 현재,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집필하며, 좋아하는 음악활동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세가와야, 더 빨리 뛰어봐.

하세가와야, 울지말고 한번 웃어봐.

하세가와야, 살도 좀 쪄야지.

하세가와야, 밥 많이 먹자.

하세가와야, 괜찮아, 하세가와야?

하세가와야, 난 네가 정말 정말 싫어”


‘하세가와가 싫어요’의 마지막 장면은 이런 말을 읊조리며, 듬직한 친구가 눈물을 흘리는 하세가와를 업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사마 산장 사건과 컵라면(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