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의 탄생(1954)

일본현대사 #3 원폭과 괴수

by 김민정

괴수(怪獸)영화의 최고봉, 고질라의 탄생(1954)


고질라 영화 1부작 고질라의 탄생은 1954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4년 11 3일은 전설의 괴수고질라가 그 모습을 드러낸 날이다.


‘고질라’란, 고릴라와‘쿠지라(고래)’ 합성어다. 고질라의 제작사이자 일본영화의 전성기를 주름잡던 토호에는 용모가 괴이한 남자가 있었으니, 그의 별명이 ‘고질라였다. 고릴라처럼 생긴 덩치가 큰 남자였던 것 같다. 여하튼 그의 별명에서 빌어와 일본을 습격하는 괴수에게 고질라’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영화 고질라는 공룡의 후손으로 인간보다 오래 지구에서 살아온 당당한 지구의 주민이다. 지금까지 바다 속에 숨어 살아왔는데, 한 사건을 계기로 위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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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서글픈 운명>

장소는 일본. 때 1954년. 배경은 어느 작은 섬. 이 주위에서 고기잡이를 나간 배들이 하나 자취를 감춘다. 배에 탔던 선원들도 돌아오지 않는다. 섬마을 사람들은 고기 잡으러도 못나가고 백사장에 앉아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파도가 인다. 파도 속으로 소식이 두절된 서너명의 선원들이 나무판자에 간신히 몸을 맡기고 섬을 향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인 선원들을 바다에서 끌어낸다. 그리고, “고질라…” 한마디를 남긴 선원은 영영 깨어나지 않는다.


고질라의 첫파괴의 대상은 고기잡이 배였다. 그러던 것이 폭풍이 부는 , 이번에는 섬마을 가옥들을 습격한다. 나중에는 아예, 미츠코시 백화점을 허물고, 전신주를 쓰러뜨리고, 달려오는 기차를 입에 물고 짓이기는 법석을 떤다. 도쿄 신바시(新橋)지역이 파괴되고, 인공의 흔적들을 샅샅이 허물어 간다. 고질라의 존재란 이제 일본이란 국가의 멸망과 직결되는 존재다.


도대체 바다에서 조용히 살던 고질라가 일본을 습격하게 되었을까?

단서는 고질라의 발자국에서 찾아볼 있다. 그가 남긴 발자국에서는 방사능이 검출된다. 오로지 발자국 뿐이 아니라 그가 지나간 모든 곳이 방사능의 피해를 입는다. 바다에서 행한 핵실험의 결과, 바다환경이 오염되고, 살 곳을 잃은 고질라는 자연적으로 육지로 올라와 삶의 새로운 터를 찾아 떠도는 것이다.


<미국의 수폭 실험으로 일본의 어부들이 원폭피해자가 되다>


1954년 3 1, 시즈오카현(靜岡)의 어선 5 후쿠류마루(第五福龍丸)’는 마셜제도 비키니 산호섬으로부터 북동 100마일 지점에서 작업을 하던 미국의 수소폭탄 실험의 피해를 입었다. 배 전체에 하얀 잿가루를 뒤집어 쓰고 귀항한 선원들은 구토, 두통, 화상 등의 증상을 호소하였다. 비키니섬에 투하된 ‘브라보 이라는 이름의 수소폭탄은 히로시마에 투여된 원폭의 천배에 달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한다. 같은 9 원폭 피해를 입은 무선대장 구보야마 아이키치(久保山愛吉)씨가 사망하였다.


영화고질라는 실제 사건인, 이 제5 후쿠류마루의 비극을 중요한 모티브로 삼고있다. 핵의 피해를 입은‘고질라에게 지상의 낙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고질라를 물리치려 한다. 권총을 휘두르고, 폭탄투하, 전기감전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개발한 모든 무기로 고질라의 목숨을 위협한다.


<지구는 누구의 것인가-우리들의 피해의식>

파괴의 , 고질라에게 우리들은 죽음을 선언할 밖에 없었다.1954년 일본은 한국에서의 전쟁 덕분에 순조로이 고도 성장의 길에 들어섰다. 고지라의 흑백화면에서 우리는 빽빽히 들어선 빌딩과 모리나가, 유키지루시 거대 기업의 간판을 있다. 경제성장과 풍요의 단맛이 일본 전역으로 퍼져들던 시대다.


그런 시대에 고질라와 인간의 공존은 불가능해 보인다. 반면, 전쟁이 끝난 한국엔 배주린 사람들과 폐허만이 남았다. 일본은 한국에서 일어난 전쟁이 그들의 살과 피가 되었음을 금세 잊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염두에도 두고 있지 않았다. 패전 10년이 지나지 않은 시절 대신, 그들에겐 미국으로부터 패배한 전쟁의 쓰라림이 커다란 상처를 남기고 있었다. 왜 고질라는 핵실험의 당사자인 미국이 아니라 일본을 치려했던 것일까? 열강이 일으킨 전쟁에 어쩌다 휩싸여 2차 대전에서 핵폭탄의 피해를 입었다고 일본인들은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해자란 생각보다 피해자란 생각이 먼저다.


고질라는 특수기법을 사용한 영화의 선구적인 존재다. 요즘 세상처럼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여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완벽함을 구사하지는 않지만, 손으로 만든 SFX영화로서는 최첨단의 기술을 자랑한다. 애니메이션의 소재로나 적합해보였던 괴수를 스크린용의 실사 영화로 등장시켜, 이후의 괴수 영화의 등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흔히들, 괴수 영화라면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 이해하고 있는 이들도 많은데, 고질라엔 어린이가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반핵이라는 메시지를 끈끈한 대사를 사용하는 대신 핵에 오염된 고질라를 한 컷 사용하는 것으로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 교훈적이지 않아 강하게 메시지가 전율하는 영화다.


창작 50년의 역사 동안 20편이 넘는 고질라 등장했다. 지구는 누구의 것인가? 인간은 과연 누구로부터 누구를 지켜야 하는가? 끊임없이 반복될 질문들을 말못하는 고질라가 부르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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