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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 이상 Oct 01. 2024

1. 일본에서 간호 조수를 하기로 마음먹다

일본 간호 조수(간호조무사)가 되기까지

  2018년 107회 일본 간호사 국가시험 합격 결과 발표날이 되었다.

한국 간호사 면허 결과가 나오는 날에도 엄청 떨었는데 그때 못지않은 긴장감이 온몸에 흘렀다.

기다림 끝에 받아 든 결과는 [합격]

너무 좋아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해야 하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일본 유학을 온 지 2년이 되었다.

1년 반동안 일본어 학교를 다니며 하루 8시간 이상을 공부한 끝에, 나의 일본어 실력은 유학 전보다 월등하게 성장했다.

일본어 능력 시험(JLPT) 1급 합격은 당연한 정도가 되었고, 현지인과의 일상 대화도 문제없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병원에서 일하는데 두려움이 들었던 것은 병원이 가진 특수성 때문이었다.

개인 간의 대화라면 내가 잘못 알아들어도 혹은 잘못 말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병원은 그렇지 않았다.

만약에 처방을 잘못 알아듣거나 환자의 상태 보고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음... 생각만으로도 아찔했다.

간호사로서 일하기 전에 일본어 실력을 더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슨 수로?


  통번역사 과정을 배우는 일본 내 전문대학을 다니기에는 연 7~8백만 원 드는 학비가 너무 비쌌다.

한국으로 들어와 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를 갈까?

그러나 해당 학교 홈페이지를 둘러보고는 바로 마음을 접었다.

내가 필요한 것은 회화 실력의 향상뿐인데, 그곳은 일본의 문화, 정치, 경제, 사상 등 일본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광범위하게 가르치고 있었다.

물론 배워두면 좋기야 하겠지만 내겐 시간 낭비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방법은 의외의 곳에 있었다.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韓国(한국) 看護師(간호사) 東京(도쿄) 就職(취직)'을 입력했다.

'검색어와 비슷한 내용이 뭐라도 나오겠지' 싶은 마음에서였다.

사이트를 훑던 중에 우연히 '看護助手(간호조수)'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다.

'간호조수?'

'간호조수가 뭐지?'

알아보니 간호조수는 한국에서 간호조무사를 뜻했다.

"이거다!"


  일본의 간호조수는 한국과 달리 별도의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았다.

구직공고만 있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지원이 가능했다.

업무의 내용 또한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간호조수로 일하면 일본 병원의 분위기도 파악할 수 있고, 자주 쓰는 의료 용어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돈도 벌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내게 딱 알맞은 자리였다.


  그렇게 나는 일본에서 간호 조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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