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하나의 풀꽃이었다.
봄이 되면 들판 어디에선가 다른 꽃들과 함께 어우러져 피어나는 그런 꽃일 게다.
애초에 꽃집의 유리창에 갇혀 있다가 누군가의 웃음을 위해 팔리는 그런 꽃은 아니었다.
그저 운명대로 열매를 맺기 위해 꽃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홀씨 되어 바람에 흩날려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곳저곳 여러 다른 세상에서 살아갈 만한 충분한 용기를 지녔다.
짓밟히는 것이 힘겹지 않을리야 있겠냐만 그럼에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꽃을 피워낼 용기는 지녔다.
이제 다시 혹독한 계절에
새로운 세상을 향해
민들레 홀씨되어 홀연히 떠나다.
아팠던 생애를 마무리하고 한없이 가볍게 바람의 운명에 저를 맡기다.
하늘 위로 구름 따라 무모 여행하는 바람과 함께 떠나다.
당신이 뿌리를 내려준 여러 곳에서
당신 덕분에 아픈 시절에 속으로나마 마음껏 울 수 있었습니다.
당신 덕분에 힘겹게 오르는 봉우리에서도 바다를 볼 줄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 같은 것이 저며올 때는 바다를 생각해 보고,
내 맘의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는 되려 작은 미소를 배울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삼가 김민기 님의 명복을 빕니다
https://youtu.be/tuYB7E-EEcs?si=2XwoLRqmZYHW9IdT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 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