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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바람 Nov 25. 2021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프롤로그]

사진을 좋아하여 DSLR 카메라를 사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게 2007년부터이니 이제 거의 15년이 되었다. 할수록 어려운 게 사진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내가 뭐 전문 사진작가가 될 만한 깜냥도 못되고 그저 취미로 하는 것이라는 자기 합리화로 지금까지 왔다. 오랜 시간 묵혀 두었던 사진들을 꺼내어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의미를 담고 찍었는지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 사진이 있는가 하면 뒤늦게서야 어떤 사진을 보고 새로운 생각이 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그래서 일단 그 생각들을 글로 남겨 보기로 했다. 사진에 담은 혹은 담긴 일상의 생각들....


  민들레의 개화 시기는 4월에서 5월. 이 사진을 찍은 건 5월 4일.

  이미 민들레의 노란색깔 꽃이 지고 홀씨가 저렇게 맺혀 바람에 몸을 맡기려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불현듯 뒤쪽에 있는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꽃씨가 이미 다 날아가고 줄기만 거의 앙상하게 남아 아래쪽에 남은 몇 개의 홀씨만 위태롭게 달려 있었다. 아직 하얗고 동그란 예쁜 모습을 하고 있는 녀석과 대비되는 모습이 마음을 끌어 당겼다. 따뜻해진 봄날씨에 꽃이 피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어느 녀석은 더 일찍, 어느 녀석은 더 늦게 피었고 또 져가고 있었다.

너무 서두르지 말아요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같은 들판에서 같은 햇빛을 받고 같은 비를 맞으면서 그리 커 왔을 터인데 어찌하여 그렇게 차이가 나서 그렇게 먼저 져가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봄이 되면 경쟁적으로 꽃들이 피어올라 사람들에게 제 모습을 뽐내는 데 여념이 없는데... 얘들은 왜, 무엇이 그리도 급했던 것일까? 혹시 늦게 피었다 다른 꽃들에게 밀려 제 존재가 잊혀지는 게 두려웠던 걸까? 혹은 부지런을 떨지 않았다가 아예 피워 보지도 못하고 져야 하는 운명을 맞을까 걱정스러웠던 걸까?


  봄이면 꽃이 핀다. 때가 되니 피어오른 것일 게다. 자연은 그렇게 때가 되면 다 제 모습을 드러낸다. 가을 되면 그때 되어서야 가을 꽃이 피는 것처럼...

  

  그러니 너무 서두르지 말자. 남들보다 먼저 피면 먼저 지는 게 섭리이다. 조금 늦어도 예쁘게 피어날 수 있다.


  하나 더.

  그러니 안 핀다고 재촉하지도 말자. 언제든 피어나면 그저 아름답게 바라봐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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