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역할이요?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엄마랑 전화하는 영감탱

by 재키


효자인 듯 아닌 듯 효자 같기도 아니기도 한 나의 남편.

어머님께 자주 전화를 하는 걸 보면 효자 같다가,

그런데 가만히 통화내용을 들어보면 순 자기 불평, 신세한탄이라 어머님 속 터지게 해서 불효자 같기도,

근데 또 전화를 했다 하면 한 시간씩 해서 통하해서 어머님과 대화를 많이 하니 그럴 땐 효자 같은데,

전화를 끊으면서 너무 당당하게 먹고살기 힘들다고 돈 좀 보내달라는 걸 보니 아주 불효자 같고 그렇다.


매번 정작 전달해야 할 중요한 내용은 하나도 말 안 하고 투정만 부리다 끊곤 해서 옆에서 어깨너머로 통화를 듣다 중요한 내용을 집어 주곤 한다.

가령 올해 8월 오랜만에 한국에 방문해 가족들끼리 조촐하게 올리기로 했는데 장소는 어디가 좋을지, 손님은 몇 분이나 초대하고 싶은지 등등 의논할 내용들. 이렇게 알려주지 않으면 남편이 중간에서 잘 전달을 못하고 놓칠 때가 많다.


지난 일요일에도 남편이 어머님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때마침 내가 작년에 쳤던 국가시험의 합격률이 나왔는데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합격률이 나왔다. 이미 충분히 축하 인사를 받았지만 통계가 나왔으니 한번 더 칭찬받고 싶어서 남편 옆구리를 찔러 ‘시험 합격률 나온 것도 말씀드려’라고 귀띔해주었다. 그리고 몇 가지 더 메모에 적어서 ‘결혼식 손님 몇 명인지, 날짜 확정인지도 여쭤봐’라고 했다.

내 딴에는 남편이 중간에서 내가 난처하지 않게 자기 입으로 잘 설명하고 나에겐 결론만 가져다주었음 했다. 겸사겸사 어머님께 나의 시험합격 후기도 한번 더 전달하고.


그런데 아뿔싸, 남편이 통화를 하다 내 쪽지를 보더니 전화기에 대고 하는 말..


“엄마 누나가 옆에서 이거 물어보래.”


야잇….


말릴 새도 없이 한술 더 뜨는 소리.


“그리고 자기 시험 붙은 거 올해 어려웠다고 엄마한테 꼭 얘기하래.”


이야….. 이야 정말…. 너란 인간은….

통화가 끝나자마자 등짝을 후려쳤다.

내가! 시켰다고! 말하지! 말랬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시킨 대로 잘했는데 왜 뭐라고 하냐는 영감탱…. 세상에.

중간역할이 뭐죠? 그런 걸 하는 남편이 있긴 있나요?

남의 편이 아닌 것에 감사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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