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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중 Nov 21. 2021

라 돌체 비타

늦은 가을의 아침 공기는 냉랭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오늘 같은 휴일에는 게으른 고양이처럼 느즈막하게 일어나 햇살 드는 창가를 찾게 되는 것 같다. 


비가 오려나? 오늘따라 창문 너머 키 큰 나무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굳게 닫힌 창문 안쪽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오래된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1 달콤한 인생_오프닝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곳은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


#2 달콤한 인생_엔딩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달콤한 인생. 라 돌체 비타라는 낯선 음절이 이 아침 더욱 아련히 들리는 이유는 창문 너머 바람 때문일까? 아직도 나의 잠이 깨지 않아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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