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가을의 아침 공기는 냉랭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오늘 같은 휴일에는 게으른 고양이처럼 느즈막하게 일어나 햇살 드는 창가를 찾게 되는 것 같다.
비가 오려나? 오늘따라 창문 너머 키 큰 나무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굳게 닫힌 창문 안쪽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오래된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1 달콤한 인생_오프닝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곳은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
#2 달콤한 인생_엔딩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달콤한 인생. 라 돌체 비타라는 낯선 음절이 이 아침 더욱 아련히 들리는 이유는 창문 너머 바람 때문일까? 아직도 나의 잠이 깨지 않아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