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개봉한 영화 가운데서 ‘센 영화’를 손꼽으라 한다면 ‘아수라’를 빼놓을 수 없다. ‘아수라’ 이후 일 년 만에 센 영화가 추석 흥행가에 출사표를 던졌다. 오늘 소개하는 ‘범죄도시’는 중국에서 넘어와 한국에서 행패를 벌이는 흉악한 범죄자 장첸(윤계상 분)을 붙잡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센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의 활약을 그리는 영화로, 실제 벌어진 조선족 폭력조직 ‘연변 흑사파’와 ‘왕건이파’ 검거라는 사실에 픽션을 덧입힌 마요미(마동석의 애칭) 표 액션 영화다.
한데 이 영화의 타깃을 가만 살펴보라. 그간의 조폭영화와는 다르게 폭력을 일으키는 주범이 내국인이 아닌 조선족으로 묘사되고 있다. 실제 사실에 기초하여 픽션으로 재구성된 영화기에 가능한 설정이지만 조선족을 악의 조력자가 아니라 주된 축으로 묘사하는 이러한 경향은 이 영화가 ‘황해’, ‘청년경찰’의 바통을 이어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최근 개봉하는 한국영화에서 왜 이런 현상이 지속하여 나타나는 걸까.
개봉되는 영화는 배우와 감독, 스태프가 작업을 마치기까지 몇 달 혹은 일 년 이상 걸치는 작업을 거친 다음에야 크랭크업이 가능하다. 여기에 시나리오까지 더해서 생각해 보자. 시나리오 작가가 집필을 하고, 이를 제작사가 심사숙고하는 기간, 제작사와 감독의 입맛에 맞게 수정을 거치는 기간까지 합친다면 한 영화가 개봉하기 전까지 일 년 이상의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이렇게 본다면 ‘범죄도시’나 ‘청년경찰’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고 기획된 제작물이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는 당시의 시대를 반영한다. 20세기 말 한국은 홍콩영화에 열광하고 있었다. 당시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이 각광받은 이유가 단지 남자들의 강호의 의리를 20세기 총잡이 버전으로 구현했기 때문이 다가 아니다. 1997년 중국 본토에 반환되는 당시 홍콩의 암울한 시대적 정서가 20세기 갱스터 누아르 안에 자연스럽게 응축되었다는 이유도 포함할 수 있다.
‘범죄도시’는 기획 단계에서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연치 않게 중국의 사드 보복 시기와 맞물린 영화가 된다. 중국의 사드 보복 때문에 한국의 대형 유통 사업이 적자를 이기지 못해 철수하고, 한때는 황금알을 낳던 면세점이 만성적인 적자로 신음하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에 대한 반감이 대중에게 가속화하는 상황이 지금의 상황이다.
‘범죄도시’와 ‘청년경찰’은 사드 보복이 진행될수록 늘어만 가는 중국에 대한 반감이 스크린으로 표출된 영화로 볼 수 있다. 영화의 시나리오가 제작될 당시,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개봉하고 나니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한국 대중의 반감을 반영하고 표출하는 영화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범죄도시’는 조선족만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중국 공안을 묘사함에 있어 뒷돈 챙기기에 바쁜 군상으로 묘사함으로 말미암아 조선족이나 공안 모두 도긴개긴으로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영화는 시대를 반영한다. 중국이 경제적으로는 사드 보복을 멈추지 않고, 문화적으로는 한한령을 표방함으로 tvN ‘윤식당’이나 ‘삼시세끼’ 같은 한국 문화 콘텐츠의 판권을 중국 방송국이 정식으로 수입하지 않은 채 버젓이 표절이나 해대는 추태가 계속된다면 한국에서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는 ’범죄도시‘나 ’청년경찰‘에 국한하지 않고 연이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범죄도시‘는 기획 단계에서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개봉 시기로 볼 때엔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반감이 스크린으로 표출된 사례에 해당하는 영화라고 언급하겠다. 아니, 어쩌면 중국에 대한 대중의 반감은 중국이 동북아공정을 통해 자기들 마음대로 삼국시대 당시 우리의 옛 역사를 중국사에 멋대로 편입하는 방식으로 한국의 역사를 재단할 때부터 싹을 틔우고 있었을지 모른다.
미디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