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바고에 묶여있다가 지금에서야 기사가 공개된다. DC 캐릭터는 마블에 비해 대중에게 알려진 지 꽤 오래됐다. 2000년대부터 마블의 캐릭터가 영상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각광받기 시작한 것에 비해 DC는 원더우먼이나 슈퍼맨, 배트맨은 이미 1970-80년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사랑받아 왔다.
하지만 DC는 21세기 들어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수어사이드 스쿼드> 같은 뼈아픈 2연패를 통해 마블보다 널리 알려진 DC의 명성을 갉아먹고 말았다. 하지만 계속 축 쳐져만 있을 DC가 아니다. 올해 들어 <원더 우먼>을 통해 DC는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
마블로 치면 <어벤져스>에 해당하는 히어로들의 집합체 <저스티스 리그>가 대중에게 얼마만큼 사랑받느냐에 따라 DC의 히어로 영화를 향한 대중의 사랑과 애정이 판가름이 날 만큼 <저스티스 리그>는 분기점에 해당하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이번 신작 <저스티스 리그>는 마블에 비해 몇 가지 점에 있어 차이가 보인다. 하나는 ‘가족주의’의 강화다. 마블 캐릭터도 비명에 간 부모를 그리워하는 토니 스타크를 볼 수 있지만 <저스티스 리그>는 플래시와 사이보그를 통해 가족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플래시는 감옥에 갇힌 부친을 위해 면회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사이보그의 아버지는 치명적인 사고를 당한 아들을 외계 기술을 통해 반인 반기계로 되살린다. 사이보그는 반은 쇳덩어리인 자신의 정체성을 경멸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마블이 아이언맨과 토르 같은 캐릭터를 개별 시리즈를 통해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킨 반면에 DC는 새로운 캐릭터를 개별 영화로 소개하지 않고 곧바로 <저스티스 리그>에 합류시킨다는 차이점이다.
원더우먼은 솔로 무비 <원더 우먼>을 통해 개별적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새로운 캐릭터 삼인방인 플래시와 아쿠아맨, 사이보그는 바로 <저스티스 리그>에 투입됨으로 영화는 새로운 히어로들이 어떤 캐릭터인가를 소개하는 사연을 강화해야 했다. 이에 히어로들이 빌런과 맞서기까지의 시간이 마블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캐릭터를 개별 영화로 소개하지 않고 바로 배트맨 군단에 합류시킴으로 말미암아 갖는 약점은 추가된다. 알다시피 아쿠아맨은 수중전에 유리한 히어로다. 영화 초반부터 배트맨은 아쿠아맨을 아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수중전에 능한 아쿠아맨이 빌런과 맞설 연합군으로 왜 필요한가에 대한 당위성-빌런과의 대결은 육상 전투가 대부분이다-이 결여됨으로 인해 아쿠아맨은 그의 장점인 수중전과는 별개의 히어로가 되고 만다.
수중전에서 장기가 빛이 나는 아쿠아맨만의 개성이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마지막 빌런과의 결전 장면을 보면 아쿠아맨은 다른 육상 히어로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싸운다. 이런 설정이라면 수중의 황태자 아쿠아맨을 굳이 뭍으로 소환해야만 했을까.
DC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수어사이드 스쿼드> 같은 연속된 졸작 끝에 <원더 우먼>의 호조로 간신히 산소 호흡기를 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저스티스 리그>는 DC에게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될 영화다.
DC의 어벤져스로 각광 받을지, 아니면 <원더 우먼>의 성공은 일회성에 불과한 반짝 흥행이었을지가 판가름 나는 분기점 말이다. <저스티스 리그>를 총평한다면 오락물로는 두 시간 가량 즐길 만하지만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같은 묵직한 메시지는 고사하고 ‘심플’한 플롯밖에 남지 않는다.
추가로 이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가급적 댓글이나 블로그, 별점을 안 보기를 권한다. <유주얼 서스펙트>의 중요한 스포일러처럼 이 영화에는 중요한 반전이 있는데 개봉 전부터 버젓이 이 반전을 언급하는 댓글이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반전을 반전답게 즐기기 위해서라면 관람 전 필히 SNS나 댓글, 블로그 등은 쳐다도 보지 말 것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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