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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킹덤’의 저력, 고정관념의 전복에 있다

* 이 기사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선보인 ‘킹덤’은 미국 외 국가에서 만드는 작품으로는 가장 많은 제작비를 들여 만든 작품으로 알려져 공개 전부터 화제가 됐던 드라마다.      


해외에서 가장 잘 알려진 동아시아 문화는 일본 문화다. 그럼에도 일본 문화 외의 동아시아 문화에서 한국, 그중에서도 조선 문화의 아름다움과 독창성을 해외에 알리는 순기능이 ‘킹덤’을 통해 작용했다. 아마존에서 조선 풍의 갓이 상품으로 올라온 것도 드라마 ‘킹덤’의 영향 덕이다.     


‘킹덤’은 서사로 보면 좀비물에 조선시대라는 역사가 덧입혀진 퓨전 드라마다. 하나 하나로 따지면 별 것 아닌 재료 같아 보이지만 모이면 퓨전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음식이 비빔밥인 것처럼, ‘킹덤’ 또한 역사물과 좀비물이라는 상이한 두 장르가 융합했을 때 최대한의 시너지를 끌어들인 결과물이다.     

‘킹덤’의 주인공인 창(주지훈)은 ‘물질의 변증법’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창이 역모라는 혐의에서 자유로운 인물이었다면 창은 궁궐 안에서만 지내는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지, 궁 밖에서 생활하는 백성들의 비참한 삶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창은 궁 안에만 편히 거하질 못한다. 역모와 연관됐기에 궁궐과는 잠시 이별을 고하고 역병과 피해야 하는 민초들과 함께 지낸다.      


이 지점으로부터 ‘물질의 변증법’이 적용되기 시작한다. 온실 속의 난초에 불과하던 창이 역병과의 투쟁을 하는 동안, 궁 안에 머물러 있던 시야가 백성으로까지 옮겨지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백성을 위하는 위민정신에 서서히 눈을 뜬다는 설정으로부터, 환경이 주인공의 사고관을 변화시키고 확장하는 ‘물질의 변증법’이 이뤄진다.     

그렇다고 ‘킹덤’이 물질의 변증법 하나로만 분석되는 드라마는 아니다. 임진왜란에 참전한 명나라 군사 하나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바람에 길거리에 토했는데, 문제는 임진왜란으로 먹을 것이 없던 조선인들이 명나라 군사가 오바이트한 토사물을 먹기 위해 서로 달려들었다는 역사적 기록이 있을 정도로 임진왜란은 민초들에게 극도로 박탈감을 안긴 전쟁이었다.     


“경상 땅의 백성들이 갖다 바치는 그 많은 세곡까지 포기하자는 말이냐”는 계비 조씨의 드라마 속 대사는, 전쟁의 후유증으로 먹을 게 부족한 바람에 벌레까지 먹어치우는 백성의 비참함은 외면하고 백성을 수탈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커녕 위민정신이 깡그리 사라진 궁중 내 위정자들의 태도는 주인공 창이 위민정신에 눈을 뜨는 것과는 극명한 대비효과를 보여준다. 인간을 수단으로 생각하는 계비 조씨와 조학주(류승룡)의 태도는,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는 창과 서비(배두나)의 태도와 극명하게 대조를 이뤄 대비효과가 두드러진다.      

‘킹덤’이 한국에서만 화제가 된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각광받을 수 있는 비결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서사 구조 덕이기도 하다. 역병이 퍼진 원인이, 기존의 좀비 영화 속 설정처럼 좀비에게 물려서 진행된 게 아니라, 역병에 걸린 왕에게 물려 죽은 희생자의 인육을 먹다가 역병에 감염된다는 설정은 기존 좀비영화에서는 찾을 수 없는 신선한 설정이다.      


이런 설정은 죽은 소의 신체를 인위적으로 사료로 먹이다가 감염되는 ‘광우병’과도 비견될 만하다. 흡혈귀처럼 낮엔 힘을 쓰지 못하다가 밤이 되면 활개치는 역병에 감염된 이들의 활동 패턴도 기존 좀비 영화에선 찾을 수 없는 전복이다. 이런 활동 패턴은 드라마 6회에 이르러 무너지긴 해도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온정주의가 드라마 전개에 있어 마냥 득이 되는 건 아니다. 의문의 총잡이 영신(김성규)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사슴 고기라고 속이고 인육을 먹이지 않았다면, 의녀 서비가 역병에 감염된 사람들이 낮에 활동하지 못할 때 불태웠다면 역병이 창궐하진 않았을 것이다.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걸 제공하기 위해 인육을 먹이다가, 역병에 감염된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낮에 제거하지 못하다가 사태를 악화시킨 영신과 서비라는 두 캐릭터는, 온정주의가 낳은 참사가 무언가를 보여주는 캐릭터다.      


동시에, 온정주의야말로 역병을 창궐하게 만든 주범이라는 걸 보여준다는 건 ‘킹덤’이 단지 역사물에 좀비물을 가미한 퓨전 드라마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고정관념의 전복’이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기존의 역사물과 좀비물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전복’이라는 개념은 ‘킹덤’에서만 찾을 수 있는 빼어난 미덕이다. 역사물을 현대물로 착각하고 연기하는 김혜준의 연기와 대사 처리 능력은 ‘킹덤’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미디어스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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