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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스쿨 오브 락’ 비판적으로 살펴보기

‘스쿨 오브 락’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데이브’와 맥락을 같이 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 뮤지컬이다. 대역 인물이 진짜 인물 이상의 진정성을 발휘하고, 대역 인물이 발휘한 진정성에 주변 상황과 인물들에게 변화가 일어난다는 두 영화의 플롯과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의 플롯은 맥락을 같이 한다.      


‘스쿨 오브 락’은 음악적 다양성에 기여하는 뮤지컬로 볼 수 있다. 뮤지컬의 소스가 되는 원작 뮤지컬이 태동한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만 해도 한국엔 아이돌 음악뿐만 아니라 락 음악 같은 음악적 다양성이 공존하던 시기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서 락 음악은 한국에선 겨우 심폐소생기에 의지하게 됐다. 외국에선 음악의 다양성이 공존하지만 한국에서 락 음악은 소수의 청취자만 들을 수 있는 장르가 됐다.      

‘스쿨 오브 락’은 음악적 획일화가 강해진 요즘의 추세에 역행한다. 락이란 장르를 통해 음악적 다양성에 일부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락이란 장르도 얼마든지 매력적인 음악 장르가 될 수 있음을 무대로 어필하는 뮤지컬이다.     


‘스쿨 오브 락’은 상위 1% 상류층 자제들이 다니는 명문 사립학교에 로커 듀이가 기간제 교사로 위장취업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스쿨 오브 락’의 서사는 ‘저항’을 기반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부모의 냉담함에 락으로 저항하고, 그 저항에 부모도 귀를 기울인다는 소통의 메시지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하나 이런 뮤지컬 속 서사가 외연적으론 ‘저항’과 ‘소통’의 사사로 보이지만, 냉정하게 살펴보면 이 이야기는 듀이의 못 다한 꿈을 아이들을 통해 대신 이루고자 하는 ‘대리만족’을 내포한다.     


듀이는 아이들의 학업 성취에는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다. 하지만 락에 대해 무관심한 아이들에게 락의 정신을 설파하고, 락을 체험하게 한다는 건 듀이가 현실에선 성취하지 못한 락이라는 성취를 아이들로 하여금 대신 이루게 만드는 대리만족의 서사란 걸 알 수 있다. 비판적 관점으로 보면 아이들에게 락 스피릿을 강제적으로 주입함으로 성취한 대리만족이다.       

계층이란 관점으로 보아도 듀이는 문제적 인물이다. 듀이가 위장취업한 명문 사립학교의 학비는 한국 돈으로 계산하면 6천만 원의 학비가 소요된다. 학부모가 거금을 들여 아이들을 명문 사립학교에 보내는 이유는 명확하다. 하버드 같은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어린 시절부터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함이다.     


즉, 부모의 경제적 지위를 자녀들도 하버드대 입학을 통해 견실히 이어받게끔 하기 위한 부유층의 대물림을 위한 교육이란 걸 간파할 수 있다. 비판적 관점으로 살펴보면 듀이는 이런 부모의 바람과는 맞지 않는 인물이다. 락 스피릿을 계승한다 해서 아이들이 하버드에 입학할 수 있단 보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뮤지컬의 결말은 좋은 게 좋은 것이란 식의 패턴으로 마무리되긴 해도, 듀이는 아이들의 학업 증진엔 결코 기여할 수 없는 캐릭터다. 사립학교 학부모들은 과연 아이들이 고학년이 될 때까지 듀이를 지속적으로 용납할 수 있을까.      

부유 계층을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한 일차적 일환으로 하버드대 혹은 명문대를 진학시켜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듀이는 뮤지컬의 막이 끝나도 문제적 인물이 될 수밖에 없다. 계층의 세습을 이어주는 명문대 진학에 있어 듀이는 쓸모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자막 번역도 두 군데 문제가 있었다. 1막이 시작된 후 10분 경 “헤이터”란 표현이 보였다. 영어를 잘 모르는 관객이라면 고개를 갸웃거릴 자막이 분명한데,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번역했다면 어땠을까. 하나 더, “사래”란 표현 대신 “사레”라고 번역했어야 옳다. 자막에 등장하는 “사래”는 뮤지컬 흐름 상 전혀 다른 표현이다. 기획사인 클립서비스는 번역에 있어서도 보다 꼼꼼한 검수를 신경써야 했다.


미디어스 (사진: 클립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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