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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에서 배고픈 민초 위한 위민정책은 보이지 않았다

* 이 기사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해외에 ‘K-좀비’의 진가를 알린 작품을 손꼽으라고 하면 영화 ‘부산행’과 함께 넷플릭스의 ‘킹덤’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넷플릭스 구독자에게도 ‘킹덤’은 기존의 좀비물과는 다른 매력의 좀비물로 어필하는데 있어 성공했기 때문이다.      


서양에선 찾을 수 없는 조선 시대 특유의 복식 문화인 모자 ‘갓’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만든 것과 더불어 ‘킹덤’의 시대적 배경이 현대가 아닌 17세기에 좀비를 진압해야 한다는 시대적 설정이 신비감을 고조시키도록 만드는 데 있어 유효했기에 ‘킹덤’의 인기몰이가 가능한 것이다.     

‘킹덤’이 ‘부산행’과 다른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는 ‘권선징악’이다. 연상호의 ‘부산행’에서 부산행 KTX를 아비규환으로 만든 원인제공자인 제약회사의 그릇된 약품 실험에 대한 법적 징벌은 보이지 않았다. 원인제공자는 처벌을 받지 않았지만 누출된 화학 실험의 부작용은 부산행 KTX의 탑승자 및 대한민국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감으로 ‘부산행’에서 권선징악은 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킹덤’은 다르다. 계비 조씨(김혜준 분)는 궁 안에 생사역을 몰래 관리해왔지만 ‘부산행’의 제약회사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궁 안에 몰래 감춰둔 생사역이 입히는 폐해에서 무탈한 것이 아니라 계비 조씨도 생사역의 영향을 받는 권선징악의 쾌감을 넷플릭스 시청자들에게 선사함으로 ‘부산행’과는 차별화한다.     


‘킹덤’은 생사초가 그동안 감춰온 비밀을 시즌2의 6회를 통해 파악한 다음에 이전 회를 재감상할 때 전에는 보아도 몰랐던 ‘이스터 에그’를 찾는 재미가 쏠쏠한 드라마다. 시즌2의 2회 마지막에선 안현 대감(허준호 분)이 맹활약을 한다.      

그런데 시즌2를 마무리하기 전까지는 몰랐던 비밀이 하나 있다. 시즌2를 모두 감상한 다음에 다시 시즌2의 2회 마지막 시퀀스에서 안현 대감의 눈 아래에서 위로 무엇이 지나가는가를 자세하게 관찰하라.      


시즌2의 2회 마지막 장면 역시 ‘킹덤’ 제작진이 시청자를 위해 몰래 숨겨놓은 이스터 에그지만, 시즌2를 모두 감상하기 전까지는 안현 대감의 2회 마지막 장면이 이스터 에그인지조차 모를 것이다.     


그럼에도 ‘킹덤’은 아쉬움이 있는 드라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시즌1에서 조선의 민초들은 먹을 것이 없어 벌레도 마다하지 않고 먹어야 하는 참혹한 굶주림에 시달린다. 역병에만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기근도 조선의 민초들을 괴롭히는 게 ‘킹덤’의 시대적 설정이다.     

한데 시즌2의 마지막 회에선 “경상 땅의 백성도 아픔을 딛고 잘 살고 있다”는 대사 한 마디 외에는 7년 동안 기근을 어떻게 극복했는가에 대한 묘사가 부재한다. 백성들이 먹을 것에 대한 고민은 벌레를 먹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음에도 기아에 허덕이는 백성들의 비참함을 개선시킬 만한 통치자의 선정(善政)은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 점이 ‘킹덤’의 약점이다.     


이염(김강훈 분)이 선한 정치를 펼치고 싶어도 고작 7살짜리 통치자가 기근에 시달리는 백성을 위한 위민정치를 무슨 방식으로 어떻게 펼치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이창(주지훈 분)이 위민정치를 위해 노력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조선의 민초들이 전란 이후 기근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했나에 대한 성찰이 ‘킹덤’ 안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 속 민초의 아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 드라마 안에서 없었음을 의미한다.


미디어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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